반도체 제조 최종 단계 '패키징'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에폭시 밀봉재(EMC)'를 국산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그동안 일본에 크게 의존했던 핵심 소재 제조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에폭시 수지' 제조에 관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활용해 일본산 제품 대비 열팽창 성능을 개선한 에폭시 밀봉제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EMC는 열경화성 고분자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를 기반으로 만든 복합소재다. 외부 열, 습기, 충격 등으로부터 반도체 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고도의 제조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일 의존도가 무려 87%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산 상용 에폭시는 반도체 칩보다 높은 열팽창계수 때문에 패키징 과정에서 부품 전체를 휘게 하는 불량이 발생하기도 한다.
생기원 섬유융합연구부문 전현애 박사 연구팀은 10년에 걸친 연구·개발(R&D) 기간 새로운 화학 구조를 갖는 에폭시 수지를 독자 설계·합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저열팽창특성을 갖는 에폭시 소재 기술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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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에폭시 소재 기술은 구성 성분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충재(실리카) 함량을 높여 열팽창계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점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공정 용이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에폭시 수지 자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공정 용이성을 유지하는 한편 열팽창계수를 반도체 칩과 비슷한 3PPM/℃ 수준으로 조절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모든 형태 에폭시 소재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대량 합성에도 유리하다. 에폭시 밀봉재에 적용하면 기존 일본산 제품의 한계였던 12인치 이상 대면적 패키징도 지원한다. 향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생기원 기관 고유사업으로 진행됐다. 현재 국내 특허 14건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특허 28건이 등록됐다.
전 박사는 “일본기업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바꿀 수 있는 독보적 원천기술”이라면서 “앞으로 양산된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정착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