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콘덴싱 보일러 보급사업, 정부-지자체 협력 절실

저녹스보일러(콘덴싱 보일러) 보급을 위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도 다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내년도 예산이 반토막났다. 콘덴싱 보일러 예산 510억원 가운데 올해 187억원을 쓰지 못했고,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이 300억원으로 줄었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보일러 대비 약 20만원 비싸지만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열효율이 높다. 미세먼지 저감은 물론 난방비까지 아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정부가 20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예산을 다 쓰지 못했다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87억원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이 사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매칭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부가 12만원, 지자체가 8만원을 각각 지원해 소비자는 20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지자체가 8만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 지원금 12만원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 올해 정부 예산을 다 쓰지 못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서울시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게 정부 예산을 모두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올해 배정한 예산을 다 쓰지 못했으니 그만큼 내년도 예산을 줄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만 아쉽게 됐다.

사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면밀하게 조율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콘덴싱 보일러 보급은 생활 주변에 밀착한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이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고, 효과도 크다. 한두 해 하고 말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엉뚱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도록 수요 예측도 철저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현명한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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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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