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 3나노미터 반도체를 세계 최초 상용화에 나선다. GAA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핀펫 구조에서 한 차원 진화한 것으로, 3나노 미만 초미세 반도체 구현 기술로 꼽힌다. GAA 공정 개발에 뛰어든 파운드리 기업은 전 세계 삼성전자와 TSMC뿐이어서 상용화에 업계 관심이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8일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에 참석해 자사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을 소개했다. 발표자로 나온 정무경 상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14나노 핀펫 공정, 극자외선(EUV) 공정 등을 세계 최초 상용화하면서 반도체를 스케일링 다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현재 시장에서 가능할 기술일까 의문을 갖고 있는 GAA도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을 진행해 곧 관련 제품이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GAA는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차세대 트랜지스터 제조 기술이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내 전류의 흐름을 위해 스위치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칩 안에 수억 개 트랜지스터가 전류를 제어한다.

전류를 매끄럽게 제어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모양은 꾸준히 진화해 왔다. 평면형 트랜지스터부터 현재 범용으로 쓰이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를 닮은 '핀펫' 구조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칩 크기가 지속적으로 작아지면서(스케일링 다운), 핀펫 구조로도 전류 제어가 쉽지 않아졌다. 전류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게이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누설 전류가 생기면서 전력 효율이 떨어졌다. 여기에 급증하는 데이터를 한 번에 더욱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삼성전자는 이에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EUV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를 준비 중이다. 핀펫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3개면이었지만, GAA는 단어 그대로 '모든 면에서' 전류가 흐르게 한다.

정 상무는 “GAA 기술은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적용은 또 다른 얘기”라며 “실제 양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공정 관리가 필요하고, 'MBCFET'이란 브랜드로 제품을 소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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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22년 GAA 공정으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로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회로 선폭이 좁은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GAA 공정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는 물론 팹리스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GAA 공정 개발에 착수한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먼저 양산에 성공하게 되면 파운드리 1위 TSMC를 추격하며 본격 선두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 상무는 고객사, 협력사와 힘을 합쳐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고객사가 언제 어디서든 삼성이 마련한 설계자산(IP)을 내려받아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 등이 포함된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 'SAFE'도 소개했다. 정 상무는 “완벽한 원스톱 파운드리 솔루션으로 고객사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