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아쉬운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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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는 한편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지원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부터 지방자치단체별 지원금, 할인쿠폰 지급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정책'도 소비 진작 정책의 일환이다.

올해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은 지난해와 달리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예산도 10배나 대폭 늘려 총 3000억원 규모로 시행했다. 국민 호응도 좋았다. 1차 추경을 통해 예산 1500억원을 편성하고, 올해 3월 23일부터 환급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시행 3개월 만에 예산의 73%인 1102억원을 집행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에 정부가 3차 추경을 통해 예산 15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이 예산도 조기에 소진됐다.

애초 환급 신청 기간을 내년 1월 15일까지로 정했지만 이보다 약 4개월 이른 9월 4일 접수가 마감됐다. 이후 예비접수 등을 받아 오류 등으로 발생한 잔여 예산을 집행했고, 11월 13일 모든 예산을 소진했다.

사업의 정책 효과는 어땠을까. 핵심 정책 목표는 고효율 가전의 생산·유통·판매를 촉진하고, 고효율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 제고도 꾀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과가 확실했다.

소비자들은 가전을 구매할 때 가격과 성능을 보는 것에 더해 에너지 효율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는 국민을 효율적 에너지 소비로 유인하는 좋은 인센티브가 됐다. 가전 제조사에는 고효율 가전 개발과 생산에 대한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됐다.

에너지 효율화 성과도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환급사업 시행 5개월 동안 판매된 고효율 가전제품을 통해 연간 약 111GWh(기가와트시)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진작 효과도 두드러졌다. 에너지공단이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딤채 등 국내 주요 가전제품 제조사 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급 사업 기간의 환급 대상 가전제품 매출액은 1조35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배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혜택이 몰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환급 신청 제품 가운데 대기업 제품 환급액이 78%에 달했다. 그러나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만 혜택을 누렸다는 말은 일부만 맞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에는 수많은 중소 협력사의 부품이 사용된다. 대기업 제품 판매 확대는 중소 협력사의 실적 확대로 이어진다. 환급사업 초기에 1등급 건조기 제품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아쉬움을 가장 크게 토로한 곳은 핵심 부품을 공급한 중소 협력사들이었다.

가전 유통업계도 가전 판매 활성화의 수혜를 봤다.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정책 효과가 좋았음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이 빠진 것은 아쉽다. 업계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보다 앞서 유럽과 일본에서도 에너지절약형 가전제품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가 에너지 효율화도 지속해야 한다. 단위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원 단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33위에 머물러 있다. 전력 소비 등에서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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