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환경과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학부모, 교사뿐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제3자로서 학교장의 견해도 필요합니다. 중등교장협의회는 달라지는 교육 환경에서 학생과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안하겠습니다.”
이달부터 정식 임기를 시작한 김오중 한국중등교장협의회장(서일고 교장)은 중등교장협의회의 역할로 교육부 정책의 미흡함을 채워주는 '보조자론'을 제시했다.
김 협의회장은 “교육부가 정책 결정에 앞서 여러 단체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정작 학교장에는 묻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도 교장 출신이 부재하다”며 “일반직이나 대학교수 중에도 훌륭한 분이 많지만 현실에 맞는 정책 입안을 위해서는 현장을 잘 알고 각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교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협의회장으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협의회장은 보완이 필요한 대표 현안으로 고교학점제를 꼽았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대학생처럼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수강한 후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전면 도입할 계획으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전국 여러 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려면 선택지가 많아져야 하기에 과목을 늘려야 한다”며 “도심은 인근 학교와 협력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시골에 위치한 학교는 타 시·군 학교와 원격 교육으로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협의회장은 원격 교육 시 학생의 수업 이해 확인 및 피드백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이 올해 수업 대부분을 원격으로 들어야 했다”며 “학업이 미진한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했는데, 원격 수업에서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학생들의 궁금점이 무엇인지도 알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전담할 수 있는 인력 없이는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협의회장은 “정부가 SW 교육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전담 인력 두지 않고 기존 교원을 두 달가량 교육해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요 인력을 충원했어야 했다”며 “제가 몸 담고 있는 서일고에서는 우선 기간제이긴 하지만 내년에 SW 교육을 담당할 정보교사를 뽑고, 필수 과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영어 교사가 진로 선생이 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충청=강우성기자 kws924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