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에서 주문 가능한 배달 권역이 조용히 줄어들고 있다. 배달주문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수행할 배달기사가 부족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주문 폭증 지역에 한해 쿠팡이츠 배달가능 권역을 기존 약 5㎞ 범위에서 최대 1㎞ 이하로 축소하도록 최근 배달 정책을 변경했다.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이용자에게는 피크타임에 범위 밖 업소 노출을 차단해 음식 주문을 제한했다. 배달지연 사고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배달기사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최근 코로나19 3차 재확산 여파로 배달주문은 크게 증가한 반면 기사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됐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책 변화가 가맹업주들에게 제대로 된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주문이 갑자기 끊겼지만 업주들은 이유에 대해 인지할 수 없었다.
배달 권역 축소는 단골이 많은 업주와 및 비 번화가 지역에 업장을 마련한 업주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배달 앱 상권은 배달가능 거리와 직결되므로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않으면 매출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쿠팡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단골 매장 대신 가까운 업장에서 배달을 주문해도 중개 수수료 매출 측면에서 손해 보는 것이 없다.
특히 배달전문매장은 배달 앱 중개 수수료를 상쇄하기 위해 임대료가 낮은 지역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매장은 인근 지역에서 주문 수요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운영에 좋지않다. 배달권역이 25㎢에서 1㎢로 줄어들면 단순계산으로 주문량도 96% 줄어드는 셈이다.
배달기사들 역시 주문 집중 지역에서 대기하게 되므로, 소외 지역에서는 간혹 주문이 발생해도 배차가 어려워진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부터 특정 지역에서 잦은 거리제한을 걸면서 업주들 불만을 샀다. 공교롭게 B마트 출점 지역에서 거리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해 배달기사를 자사 사업에 몰아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배민 측은 기후 상황과 주문 집중도에 따라 거리제한을 거는 것일 뿐, B마트 출점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지속 제기되자 올해 7월 배달기사를 1000명이상 더 충원해 배달 품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쿠팡이츠는 기사 부족 문제를 탄력적 배달비 지급으로 해결해 왔다. 배달 1건에 최대 2만원 가까운 수수료를 지급하며 타 플랫폼 배달기사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쿠팡이 계속 적자를 봐야하는 구조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쿠팡의 이번 정책 변경은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면서 배달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고객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배달파트너 분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도록, 매장 노출을 포함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