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적극 펼치는데 정작 혁신을 이끌 인공지능(AI)과 데이터사이언스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글로벌 미래 일자리 선점을 위한 대학교육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글로벌 차원 경쟁이 치열한데 교육현장은 대학 입학정원 규제에 묶여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차 원장은 “중국에선 '천인계획(해외고급인재유치계획)'이 있어 외국 대학에 있는 교수까지 적극 지원하는데 우리는 대학원에서 가르칠 사람조차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 교수와 초·중·고 교사는 물론이고 디지털 기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공무원, 군인, 정부출연연 연구원 등 재교육을 위해선 대학원에서라도 입학정원 등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원장은 이러한 의견을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 주최 '목요대화' 자리에서도 적극 밝혔다. 당시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에서도 데이터·AI 인재 부족 심각성에 공감하며 대학 정원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가공, 분석,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차 원장은 올해 초 서울대에서 AI와 빅데이터를 다루는 허브 성격의 교육기관인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열었다. 의미있는 첫걸음이었지만 석사 40명, 박사 15명 규모다. 미국·중국 등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다. 차 원장은 “내년도 석·박사 과정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5.4대 1”이라면서 “제한된 선발 인원 때문에 지원자도 망설이고, 학교 측도 좋은 인재가 와도 선발이 고민된다”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대학원을 운영하면서 공학-비공학 인재가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협력적 교육환경 구축에 신경을 썼다. 개별 교수 연구실을 없애고, 연구원 자리를 6개월에 한 번씩 추첨으로 배치해 '오픈 연구 환경'을 구현했다. 이는 교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AI교육은 이른바 '경주마'를 양성하는 방식은 안 된다”며 “AI를 잘 활용하려면 사회과학, 인문학, 경제학적 요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 원장은 마이클 조던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AI에 대한 잘못된 오해도 꼬집었다. 조던 교수는 'AI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제안까지 한 바 있다. AI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커서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방해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차 원장은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는 '특이점(싱귤래리티)'에 대한 이야기는 SF(사이언스픽션)”라면서 AI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빅데이터에 대한 패턴인식이고 자동 의사결정 방식의 하나”라며 “AI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지만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