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팔기 사건 이후 독과점 사업자의 끼워팔기 행위가 LNG 화물창 시장에서 다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화물창)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Gaztransport & Technigaz S.A.)가 국내 조선업체에 엔지니어링 서비스 구매를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25억2800만원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선업체가 특허권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NG 화물창은 LNG를 보관하고 화물창 내·외부간 열전달을 차단해 기화를 막는다. 선체가 극저온에 노출돼 손상되는 상황도 방지한다.
GTT는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95%로 세계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이다. LNG 화물창 기술 관련 특허·노하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라이선스 사업을 해오고 있다.
국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8개 사업자가 GTT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GTT는 자사 기술이 적용된 LNG 선박에 대해 전부 GTT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독점해왔다.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관련 기술 라이선스를 선박에 구현하기 위한 공학적 작업을 뜻한다. 설계도면 작성, 설계 기초가 되는 각종 실험 수행과 계산노트 작성, 현장 감독 등이 포함된다.
GTT는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내용으로 조선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두 서비스 대가를 구분하지 않고 단일 실시료를 청구해왔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독자 LNG 화물창 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사업자 기술에 대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수행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에 2015년 이후 GTT에게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 시 별도 거래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공정위는 기능이 서로 다른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별도 거래될 수 있고 구매자인 조선업체가 구매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시장 원칙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GTT가 자사 기술이 적용된 LNG 선박에 대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전부 직접 제공해온 것이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봉쇄하고 조선업체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해석했다.
GTT가 조선업체에서 자신이 보유한 특허권 유효성을 다툴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것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선업체는 GTT 특허가 무효여도 다툴 수 없고 무효인 특허에 대해서까지 실시료를 지급할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GTT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조선업체 요청시 계약수정 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25억2800만원을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특허권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보고 계약조상을 수정·삭제토록 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GTT가 독점해온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신규사업자들이 진입할 여건이 조성돼 가격과 품질에 의한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