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이사회서 안건 논의
LG그룹이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계열 분리를 추진한다.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계열 분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독립을 위한 계열 분리가 실현되면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등 주력 중심 재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말 이사회에서 계열 분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LG그룹은 경영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 선대 경영진의 계열 분리가 이뤄진 만큼 이번에도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계열 분리 핵심은 구본준 LG그룹 고문이다. 구 고문은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은 구자경 전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구본무 전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LG 안팎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 분리 시점과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왔다. 구 고문은 LG 지주사 ㈜LG의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조원 정도다. 구 고문은 이를 활용해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지분 인수 형태로 독립할 것이 예상된다. 여기에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 등도 함께 분리할 대상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 논의가 있다”면서 “실리콘웍스와 LG MMA 등은 여러 검토 방안의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 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지주사 형태의 별도 회사를 설립한 후 이 회사가 계열 분리하는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보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매각하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또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를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에 나서는 것은 현재 LG그룹의 주력 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보전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LG상사는 그룹의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 분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 규모다. 이는 구 고문이 보유한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리콘웍스와 LG MMA도 함께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계열 분리에도 재계 4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G그룹 회사 수는 총 70개, 자산총액은 약 136조9066억원 규모다.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와 이에 딸린 자회사만 계열 분리할 경우 60개 회사, 자산 131조1993억원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구본준 고문이 이끌 LG상사 계열은 10개 회사, 자산 5조7674억원 규모가 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