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빅3로 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개인 공모주 청약 물량의 합리적 배정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개인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등 소위 '영끌'을 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인기 종목의 경우 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입해도 단 몇 주만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공모주 청약 시장이 소위 현금부자와 영끌족만 참여하는 시장으로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개인 청약 물량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특정 종목에 개인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시장 과열 분위기를 감안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크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분위기가 과열됐을 때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차익실현 투자자가 발생해 매수·매도 혼동이 생기고 변동성도 커져 결국 1~2년 후에는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해 리스크가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모시장은 2000년 닷컴버블 영향으로 2012년까지 침체기를 겪다가 2013년부터 차츰 회복했다. 2017년 공모금액은 약 7조8000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고 2018년부터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규모 기업 상장이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당장 개인 물량 배정을 늘리는 방안보다는 적정한 기업가치 산출과 장기투자 유도 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모주 청약 개선을 위해 꾸준히 거론되는 제도는 '코너스톤 인베스터(cornerstone investor)'다. 이 제도는 장기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기관투자자가 IPO 전에 추후 결정될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 일부에 대해 장기투자를 확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식 배정을 확약받는 것이다. 전문성 높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면 공모가격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우선배정 과정에서 투자판단 근거를 제공하므로 적정한 공모가격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홍콩의 경우 IPO 물량 중 코너스톤 비중이 2014년 30%에서 2016년 60%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너스톤은 사전배정이라는 특혜가 있고 해외기관 허용 여부, 기관 규모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먼저 배정하면 나머지 기관 경쟁이 치열해져서 가격 발견 기능이 떨어지고 코너스톤 투자자가 약속한 물량을 인수하지 못했을 때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최근 공모주에 과도하게 많은 투기성격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문제”라며 “오히려 별로 크지않은 종목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적절한 가격결정이 잘 되지 않고 있어 공모주 펀드 활성화 등 기관에 의미있는 수량이 배정될 수 있는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지훈 씨티은행 홍콩 본부장은 “미국, 홍콩,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증권신고서 제출 시 공모가 범위가 기재돼야 하는데 시장상황과 투자자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주관사와 발행사가 일괄적으로 시장을 판단해 기재할 수밖에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초과배정옵션 자체는 상당히 좋은 제도이지만 대주주 지분율 희석 우려가 있어 대주주와 협상 과정에 제약이 있다”며 “초과배정옵션 계약 자체가 공모가가 높은 수준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가능성이 있고 추가 발행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은 공모가가 왜곡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창업초기기업에 전문성을 가진 엔젤·벤처투자자가 IPO 시장에 직간접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다른 기관투자자와 협업해 자문을 제공하고 협업한 기관투자자에게 신주 할당량을 늘려주는 등 협업을 유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자가 일정 부분을 더 장기로 보유하도록 공모주 배정 우선권, 세제 혜택 등 유인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일정기간 이상 보유하면 다른 공모주 인수 시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공모주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감면 등 혜택을 고려할만하다고 봤다.

미국과 유사하게 단기수익 취득에 높은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주관사가 단기수익취득 청약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IPO트래킹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미국의 IPO 트래킹시스템은 주관사와 인수인이 통제계좌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단기수익취득에 대해 패널티를 부여하거나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버리는 플리핑(Flipping)을 관리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