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9>코로나19 환경에서 인터넷 소외계층은 생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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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망가질까 봐 겁나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없어요.” 자녀들이 음식 주문용으로 구입해 준 컴퓨터가 괴물 같다. 마을 문화회관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긴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고, 배운 걸 자꾸 잊어 걱정이다. 손주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미안해서 인터넷을 포기할까 한다. 그래도 코로나19 시대에 인터넷은 필수 생존 전략이라는 주위 사람들 이야기가 맘에 자꾸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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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200여개 나라에서 5000만명이 넘는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130만명의 생명을 앗아 갔다. 우리나라에서도 3만명 가까운 확진자 가운데 500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열었다 해도 개점 폐업한 식당 또한 한두 곳이 아니다. 점입가경으로 전문가들은 2차 팬데믹이 온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로 망가진 생각과 경제를 추스르기도 전에 더 큰 피해를 준비해야 한다. 업무와 생활이 더욱 인터넷 중심으로 진화하면 정부나 일반 국민은 그렇다 치고 인터넷 소외계층은 한층 심각한 현실을 맞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인터넷으로 음식 주문과 온라인쇼핑을 즐기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영화로 하루를 보내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세대의 일상이 된 재택근무도 인터넷 소외계층과는 상관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정부는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 사업으로 국가 정보화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률은 85%에 지나지 않는다. 노년층과 농어업 분야만 보면 그 비율은 급격히 감소한다.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 교육은 고사하고 재난지원금 신청도 어렵다. 코로나19의 위험을 무릅쓰고 관공서나 시장도 가면서 생존을 준비해야 한다. 경보가 2단계 정도로 격상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대국민 디지털 역량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지만 규모와 예상에서 한창 부족해 혜택받는 국민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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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인터넷 소외계층 지원 사업'의 본질을 개선해야 한다. 복지 차원을 넘어 생존 차원에서 인터넷 환경을 개선·확충하고, 웬만한 서비스는 가능하도록 교육사업도 확장해야 한다. 단순한 인터넷 사용 가능으로는 불충분하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해결돼야 하고 피싱 등 인터넷 피해로부터 안전도 보장돼야 한다. 인터넷 소외계층 지원은 재난지원금의 극히 일부로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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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노년층을 대표하는 '실버넷뉴스'를 운영하고 노년층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얻은 결론은 인터넷 소외계층을 위한 정부 정책 대부분이 '구색 맞추기'라는 것이다. 모든 정책에 복지 관련 내용으로 포함되지만 실효는 미미하다. 예산 규모나 범위도 밋밋하다. 비난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생색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인 75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나라로서 창피하다. 사회가 목소리 큰 집단부터 챙기기 때문이라면 길거리로 나와서 소리 높여 불평해야 인터넷 격차가 해소될지 궁금하다.

지능정보 사회에서 인터넷은 병사에게 주어지는 무기와 같다. 코로나19 시대에 인터넷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인터넷 활동만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정부가 코로나19 시대에 평등과 정의를 주장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힘없고 목소리 작은 이들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인터넷은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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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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