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조원에 달하는 2020년도 슈퍼예산안을 두고 증액과 감액 조정이 본격화된다. 한국판 뉴딜 예산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키기'와 야당인 국민의힘의 '줄이기'가 맞선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6일부터 예산조정소위를 가동, 각 부별 심사가 마무리된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조율한다.
예산조정소위는 국회 전체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심의하는 과정이다. 사실상 세부사업별 감액과 증액이 결정되는 만큼 여야간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조정소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에서는 예결위원장 정성호 의원, 예결위 간사 박홍근 의원, 서동용, 양기대, 위성곤, 윤준병, 박재호, 임호선, 허종식 의원이 국민의힘은 예결위 간사 추경호 의원과 박수영, 임이자, 엄태영, 정찬민, 조해진 의원이 포함됐다.
산업경제 분야 예산으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812억원 증액(28억원 감액)한 예산안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조9886억원 증액(829억원 감액)한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겼다. 역대급 슈퍼예산과 함께 국가 부채 증가라는 야권의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안보다 증액된 안이다. 조정소위에서 야당의 삭감 요구가 예상된다.
쟁점은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 감액 여부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관련 100대 문제 사업을 지적하면서 뉴딜펀드,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확대, 첨단 도로교통체계, 온라인 교과서 등 17개 뉴딜 관련 예산 대거 삭감을 공언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에 따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무위에서 한 차례 파열음이 발생했다. 국민의힘이 지적한 100대 문제사업 중 1번인 뉴딜펀드 예산 6000억원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2018년부터 8조원 규모로 조성한 '혁신모험펀드 및 소부장지원펀드'의 투자 실적 저조와 사업 성격의 유사성을 지적,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이 원안을 고수하면서 정무위는 파행했다. 결국 관련 예산은 정무위 전체회의를 건너뛰고 예결위로 올라왔다.
조정소위 구성을 둘러싼 다른 야당의 불만도 계속됐다. 비교섭단체 의원 참여가 배제되자 정의당은 재논의를 요구했다.
정의당은 비교섭단체가 예결위 조정소위에 들어가는 것은 국회 위원회 구성 원칙으로 민주당 9석, 국민의힘 5석, 비교섭단체 1석 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판세는 야권이 불리하다. 의석수 절대 우위의 민주당이 단독으로도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야권에선 힘겨루기로 이끌어 갈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일단 뉴딜 예산 삭감이라는 방향은 정했지만, 대결보다는 설득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에 대한 민주당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서 민주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도 단독 처리했다”며 “내년 예산안 역시 12월 2일 법정시한 내 처리 시도가 예상되는 만큼 계속 문제점을 지적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