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10개국 + 4개국과 통상 확대
세계 최대 FTA...신남방정책 가속화
특허-디자인 등 지식재산권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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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한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했다. 2012년 협상 개시 이후 8년 여만에 마무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제와 교육이 위축된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우리나라는 RCEP를 발판으로 신남방정책에 한층 가속을 붙인다. RCEP에 참여한 아세안 10개국과 교류가 늘면서 상호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RCEP를 계기로 일본과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세계 경제대국 상위 5개국과 모두 FTA를 맺었다.

우리 기업은 RCEP로 역내 통일된 무역 규범이 마련되면서 지식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물론 해외 거래에서 한층 높은 편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日과 첫 FTA…'개방형 통상국가' 위상 확보

RCEP 협정은 무역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인구 측면에서 세계 30%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FTA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보다 큰 규모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기록한 RCEP 국가 상대 수출액은 2689억달러다. 이는 전체 수출액 50% 수준이다. 898억달러 USMCA나 1260억달러 CPTPP보다 1000억달러 이상 많다. RCEP가 향후 국내 수출시장 확대와 교육 구조 다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 FTA로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한편 자유무역 확산을 도모할 것”이라면서 “다자체제 약화와 글로벌가치사슬 블록화·지역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은 이번 RCEP 협정을 계기로 일본과 사상 첫 FT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세계 경제대국 톱5와 모두 FTA를 맺었다. 톱10 국가에서는 브라질 이외에 모두 FTA를 체결, '개방형 통상국가' 위상을 확보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최초로 FTA를 체결하는 상황과 국내 산업의 대일 민감성 등을 고려해 국익을 우선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대책 등을 종합 고려해 우리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했다”고 설명했다.

◇신남방정책 가속…순항 예고

RCEP 협정에는 아세안 10개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아세안 협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신남방정책'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수준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세안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경제 영토를 늘리는 정책이다.

RCEP 협정에 따라 한·아세안 FTA 대비 품목별 관세(79.1~89.4%)를 추가철폐(1.7~14.7%), 관세철폐 수준을 국가별 최고 94.5%까지 개선할 수 있다. 우리 기업 상품 자유도가 90% 이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또 자동차·부품, 철강 등 핵심품목은 물론이고 섬유, 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게임, 영화 등 서비스 시장까지 개방한 것을 감안하면 교류와 협력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향후 무역·경제 협력을 넘어 사회문화·인력 등 전방위로 협력 분야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역내 무역규범 통일…우리 기업에 호재

RCEP 서명은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을 마련하는 한편 규범 수준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각국에서 서로 다르게 적용한 규범이 하나로 맞춰지면서 우리 기업 편의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2007년 한국과 아세안 간 2007년 발효된 FTA는 지재권 관련 내용을 선언적으로만 규정해 효과적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RCEP는 상표, 특허, 디자인 등 분야별 83개 조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현지에서 한국 기업 상표 선점을 목적하는 브로커 등 악의적 출원을 거절하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상표출원·등록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분류시스템에 따라 처리하도록 의무를 부여,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국제분류시스템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관련 정보를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다.

또 원산지를 오인·혼동케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아세안 등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한류편승기업 영업활동이 제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에서 타인 상표와 동일·유사한 도메인을 제3자가 선점하는 상황 발생 시 적절하게 구제하는 수단 마련 의무도 생겼다. 각 조항은 내년부터 국가별 국회비준과 발효 절차를 거친 후 본격 시행된다.

경제계에선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아시아 지역 자유무역 확산과 경제회복을 전망했다. 특히 일본과 자유무역협정 효과에 대해 기대를 표하며,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쳤다. 아울러 지식재산권과 전자상거래 관련 무역규범이 도입된 것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우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RCEP 서명으로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한 아세안에 한국과 유사한 지재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면서 “앞으로 양자·다자 간 협력으로 기업에 필요한 RCEP 조항이 아세안 등에서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