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2~3차 협력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이어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생산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2~3차 협력업체의 생산 물량을 1차 협력업체가 떠안으면서 연쇄 부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승 한국지엠 협신회장은 11일 “2~3차 협력업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면서 “하루빨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고 생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상반기 코로나19로 시작된 생산차질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체력이 약한 2~3차 협력사가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2~3차 협력사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1차 협력사가 물량을 떠안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악으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지엠은 상반기에만 6만대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이어 하반기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압박카드로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5일간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1만2000대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노조가 전날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추가 부분파업을 결정해 3500대의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생산 물량 피해는 한국지엠뿐 아니라 협력사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부품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문 회장은 한국지엠의 노사 분쟁을 안타까워했다. 미국 등 해외 수출 수요가 있지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상반기 생산 손실을 고려해 하반기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했으나 노조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문 회장은 “미국 시장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레일블레이저'가 인기인 상황”이라면서 “고객들의 수요가 있을 때 적극 생산해 공급을 해야 하는 데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사측은 2100억원대 규모의 인천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격 보류하겠다고 밝히며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자는 등의 사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임금협상 주기 1년과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은 물론, 부평2공장에 2022년 이후 신차를 배정해달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노사 분쟁이 지속될 경우 미국 GM이 사업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M이 미래차 투자를 위해 공장폐쇄를 포함한 비용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사업을 축소 또는 철수할 경우 협력사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지엠의 1~3차 협력사 임직원은 13만5000여명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