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벼랑끝으로 몰린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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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동조합의 부분파업이 계속되자 사측이 부평공장 투자 보류라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2년 만에 다시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6일 차세대 신제품 생산을 위해 계획한 2100억원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집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지엠은 노조의 잔업과 특근 거부, 부분 파업 등 쟁의 행위로 7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9일과 10일 부분파업을 이어 가면서 누적 생산 손실은 1만2000대까지 불어 났다. 이보다 앞서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이미 6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유동성 확보와 회사 운영, 투자를 위해 강력한 비용 절감 조치도 취했다. 지난 6년 간 한국지엠 누적 영업손실은 3조1318억원에 이른다.

생산 손실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지엠 판매량을 이끌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7년 만에 손익분기점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던 한국지엠의 앞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 입장도 헤아릴 필요는 있다. 일각에선 파업 원인을 임금 문제만으로 몰아가지만 실제 노조가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중장기 생산 계획이다. 한국지엠이 부평2공장에 신차 물량 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노조가 반발하는 것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델이 단종되면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게 됐다.

물론 공장을 멈춰 세우는 파업이 정당화돼선 안 된다. 파업은 미국 현지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한국 철수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다. 2018년 군상공장 폐쇄 이후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8100억원에 이르는 혈세를 투입하면서 GM에 4조7100억원의 경영 정상화 투자를 약속받았다.

결국은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진은 노조가 믿을 수 있도록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밀히 밝혀야 한다. 노조도 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 구성원의 신뢰가 깨진 회사는 성장할 수 없다. 서로를 믿고 생존의 길을 찾을 때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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