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있을 '北 당대회' 변수로 남아
靑 “주변정세 요동”…협력 외교 재시동
北 태도에 따라 통일정책 수정 가능성도
개성공단 기업인 “대화 재개 희망” 밝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외교·통일정책도 변화를 맞게 됐다. 현 정부가 사활을 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4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내년 1월에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은 어느 때보다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히며 “남북과 국제사회가 신뢰와 협력을 통해 여러 장애물을 넘어 평화를 공고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 깜짝 만남 등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북미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재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미국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대통령의 의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새롭게 구성되는 미국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역시 중요하다.
서 실장은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국익과 원칙에 기반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변 4강 등 관련국과의 협력 외교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이제 남은 변수는 북한이 내년 초 치를 제8차 당대회”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정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새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 재개 이전에 내년 초 당대회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의 급격한 변화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북정책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대선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진전이 없던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종료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북정책도 큰 전환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특사 파견 등을 통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관계 개선에 큰 신호이자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그간 미국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꺼내지 못했던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북아공동체 ICT포럼의 구교광 상근부회장도 북미대화 등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상했다. 구 부회장은 “미국 대선 이후 북한과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끼리 몇 번 만나보고 대화하다 보면 다시 신뢰가 생길 것이고 (북미간) 서로의 요구사항을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정책에도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방위비 협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화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차기 미국 행정부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물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등에 대한 논의 가능성에도 대비 중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일찌감치 부처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착수했고, 통일부도 유관기관, 국내외 전문가들과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과 당선인과의 정상 통화, 축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우리 정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일본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