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전당원 투표 방침을 정하면서 재보궐선거 후보군 선발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최고위원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대표는 전당원 투표로 후보 추천의 길을 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대표는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두 곳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면서도 “최고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이후 결단은 전당원 투표 결과 따라 진행하겠다”면서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보궐 선거를 여쭙게 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다. 민주당 스스로 부족함을 깊게 성찰해 책임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전당원 투표로 후보 공천이 결정되면 재보궐선거 후보군이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현역 우상호·박주민 의원 등이 꼽힌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은 앞서 2018년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선바 있다.
박 장관은 4선 의원으로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중기부 장관으로서 행정 경험도 갖췄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있었던 만큼 여성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적합한 후보다.
우 의원도 박 장관과 마찬가지로 4선으로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17.85% 지지를 얻은 박 의원도 출마 예상 인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뚜렷한 후보군이 부각되고 있지 않다. '출마설'만 무성할 뿐이다. 우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거론된다. 야권 후보 통합을 통한 안 대표 출마설이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김선동 사무총장이 경선 출마를 하겠다며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과 오신환 전 의원 역시 경선준비위원회 위원 자리를 거절했다. 이 외에 권영세·윤희숙 의원과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당에 의석수가 현저히 밀리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을 후보군으로 내놓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전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국민의힘 후보로는 이종혁 전 의원과 박민식 전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유기준·유재중·이언주·이진복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판 가능성이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