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야의 반대가 거센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이번 주 입법예고한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지킬 방침이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이달 중에는 입법예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그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 전문가들을 불러 재정준칙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에서 막바지 법안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가 마련하는 법안의 큰 틀은 기존 발표 내용이 그대로 담길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되도록 산식을 만들어, 두 개의 기준선을 일정 부분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만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하면 한도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때 '경제위기'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막판 쟁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등 구체적 수치로 규정하는 방안은 물론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위기 여부를 심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법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나서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지금 도입해야 하느냐”(고용진 의원), “코로나19로 확장적 재정이 필수 불가결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왜 들고나왔는지 납득이 어렵다. 재정준칙 도입은 시대착오적이다”(양경숙 의원)라며 재정 역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있으나 마나 한 재정준칙 말고 신뢰를 주는 엄격한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류성걸 의원), “기상천외한 산식에 한도도 느슨하고 법률 아닌 시행령에서 숫자를 정하겠다고 한다”(추경호 의원)며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반대에도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감장에서 재정준칙이 법제화되지 않을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입장을 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국형 재정준칙 마스터하기' 직강 동영상 5편을 올리고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정치권의 반대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 차원에서라도 재정준칙을 설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