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 스마트폰 첨단 AP 자체 개발 가속
하이실리콘 이탈 인력 대거 흡수 관측
中 업체, 한 몸처럼 '반도체 굴기' 추진
美 제재에도 제2 제3의 화웨이 육성 계속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가 첨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포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자국 업체를 통한 AP 개발 및 수급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자체적으로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위한 새로운 인력 채용을 시도하는 등 자체 칩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 채용공고로 뉴럴네트워크유닛(NPU), 인공지능(AI) 칩 아키텍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능을 한 칩에 담는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기술 개발자 등을 활발하게 모집 중이다.
같은 채용 공간에서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포는 중국 상하이시 푸동신구 지역에서 일할 반도체 개발자를 찾고 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오포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과거 칭화유니그룹의 칩 설계회사 유니SOC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쓰인 곳이기도 하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8년 처음 센터를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전반적인 스마트폰 기술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반도체를 중점 개발하는 집단으로 성격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포는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 자체 개발 움직임을 보였다. 대만 칩 설계회사 미디어텍에서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가 하면, '마리나 계획'이라는 프로젝트로 자체 칩 R&D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미국이 화웨이 제재로 현지 반도체 업계를 더욱 조여오는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 개발에 더욱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는 화웨이의 칩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7나노(㎚) 이하 첨단 AP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서, 각종 인프라와 인력이 오포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지에서는 미국 제재 이후 하이실리콘의 구조조정으로 이미 500여명 개발자가 오포로 이동했고, 오포가 하이실리콘 인력은 면접도 진행하지 않고 스카우트 한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다.
미국 제재 이후 하이실리콘 입지가 쪼그라드는 것과 맞물려 오포의 반도체 사업 덩치가 커지는 모습은 중국이 벌이는 '반도체 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는 마치 '중국 주식회사'처럼 기업들도 한 몸이 돼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 최대 업체인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을 아무리 눌러도 현지 다른 회사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굴기 분위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