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승계의혹 공판준비기일 열려
26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 재개
재계 "향후 5년 경영 불확실성 커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시작됐다. 26일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재개된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 거취가 달린 만큼 삼성의 사법 리스크도 고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의 입증계획을 청취하고, 필요한 증거과 증인을 추리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 부회장은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이어서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과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양사 합병이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한 부정거래와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추진된 합법적 활동이었고, 승계 작업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1년 9개월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사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에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이 재개된다. 파기환송심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한동안 중단됐었다가 이번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두 재판이 연이어 열리면서 삼성의 사법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의 경우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내용도 방대해 재판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1심 결과를 양쪽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대법원까지 재판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년간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2016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재판 등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경영 활동에도 상당한 차질이 있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국내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펼쳤고, 네덜란드와 베트남으로 잇달아 출창을 가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출장에서는 반도체 장비회사를 방문해 사업을 논의했다. 베트남 출장에서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을 통해 사업협력을 논의했고 현지사업을 점검했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면 출장 등에 차질이 생기고 진행 상황에 따라 장기간 경영 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연이은 재판으로 삼성이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고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2016년 이후 5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라는 큰 불확실성에 빠져있는데, (경영권 불법 승계) 새 재판까지 시작되면서 향후 5년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사업재편 등 전략적 결정을 할 총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삼성은 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