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총 인수액 10조3000억원으로 인텔의 중국 다롄 낸드 설비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및 플로팅 게이트 기술 등을 흡수하게 됐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5위였던 낸드플래시 점유율도 삼성전자에 이은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가지게 될 이점과 영향력만큼 인텔이 앞으로 메모리 업계에 몰고 올 파급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인텔은 이 매각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을 아예 접은 게 아니다. 오히려 '옵테인 메모리'라는 신형 무기로 메모리 역량을 더욱 강화해 관련 시장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인텔은 지난해 옵테인 메모리를 처음 선보였다. 이 메모리는 인텔이 야심차게 개발한 독자 기술 '3D 크로스포인트'를 집약한 제품이다.
인텔은 SSD 스토리지의 경우,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옵테인 기술로 쿼드레벨셀(QLC) 방식을 구현하면서 속도는 기존보다 1000배 빠르고, 기존 SSD 단점인 가격 경쟁력과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주장한다. 출시 이후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텔의 옵테인 SSD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바이두 등 거대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에 이 제품을 장착했다.
따라서 인텔의 이번 매각은 단순한 메모리 사업 정리 차원이 아닌, 옵테인 메모리 기술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인텔은 옵테인 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멕시코 팹 등에 고급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PC 기기 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 약진과 CPU 기술 융합 등으로 메모리 생태계 판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회사다.
옵테인 메모리를 선보이면서 인텔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의 경쟁자”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번 인수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 2위를 국내 회사가 석권하게 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아예 마음을 놓기에는 신흥 경쟁자 인텔의 기술과 전략, 자신감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