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도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비상장 벤처기업도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가 3년간 복수의결권을 보유할 수 있는 만큼 기업공개(IPO)까지도 창업주의 책임있는 경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1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으로 성장 단계에 접어든 비상장 벤처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된다. 지분 30%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 창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창업자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져 최대주주 지위를 잃을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 주식 총수의 75% 이상의 동의를 거쳐 정관을 개정하고, 실제 발행 역시 같은 수준의 주주 동의를 얻어 결정하도록 했다. 1주에 최대 10개까지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으로 성장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창업자의 지분율이 20%까지 떨어졌다 하더라도 창업자가 1주당 3개의 의결권을 가진 복수의결권을 보유했다면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책임있는 경영이 가능해진다. 다만 소수주주와 채권자 보호, 대주주 견제를 위한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을 제한한다. 상장 이후 보통주 전환 역시 3년간 유예가 허용하기로 해 상장 회피 부작용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초 복수의결권 도입 초기까지만 해도 상장 시장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중기부 방침이었으나 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검토해 유예하기로 했다”면서 “상장으로 지분이 분산됐을 경우에도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으로 초기 투자 시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한 기관투자자의 회수시장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권을 대폭 강화하는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시 투자를 위해 검토해야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복수의결권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한 대부분이 회사가 아닌 창업자에게 귀속되는 복수의결권의 특성상 M&A가 이뤄질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은 보통주로 자동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가 복수의결권을 포기하는 데 따른 추가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망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 부담을 줄여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알지만 주주평등 문제 등 투자 시장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제도”라면서 “법률 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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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