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목소리 듣는 국회 '기업 규제 법안' 재논의

민주당, 대한상의·경총 등과 간담회
박용만 회장 "경제3법 부작용 살펴야"
대주주 양도세 강화 '소득세법'도 제동
野, 정부안 대치되는 법안 잇달아 발의

정치권이 경제3법과 소득세법 등 최근 경제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법안 재논의에 나섰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우리 기업에 피해는 없는지 경제계 의견을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되면서다. 의결권 3% 제한, 대주주 3억원 기준 등 논란의 조항이 수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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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두번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대한상의-민주당 공정경제TF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두고 경제계와 연이어 만났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산하 공정경제TF(위원장 유동수 국회의원)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민주당에 △규제 필요성 △해결 방법 적절성 △현실적 부작용 등 세 가지 포인트를 감안해 주길 요청했다. 박 회장은 “선진 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 해결할 일이 많아지고 법만으로 규정하다 보면 지나치게 되는 우려가 있다”면서 “법을 꼭 개정해야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은 무엇인지도 함께 검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들 법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고용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은 상법 개정안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 3% 제한이다. 현행 상법에선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 선임해야 하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다. 경제계는 대주주 의결권 위축에 따른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를 우려했다.

현 상황은 경제계에 불리한 형국이다. 정부·여당은 관련법을 11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법 개정을 조건부로 제시하긴 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경제3법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위기감은 커졌다. 지난 6일 손경식 경총 회장과 6대 기업 사장단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의견을 전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이튿날인 7일 청와대가 “현행 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혀 원안 처리될 것으로 관측됐다.

경제계는 여당과의 추가 만남을 통해 전환점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의결권 3% 제한과 다중대표소송제, 사익편취 규제기준 강화 등에 대해 보완 입법을 건의했다. 규제 관련 법안이 경제계 의견 반영 없이 처리되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그나마 여야 내부에서 경제계 우려도 챙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희망적이다. 민주당에서도 경제3법 통과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각론에선 경제계 우려를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해외 투기 자본에 의해 우리 기업의 피해 여지가 있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경제3법 반대 의견이 중론으로 모이고 있다.

유동수 민주당 공정경제TF 위원장은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부안을 원칙으로 검토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 규제법안으로 논란이 된 소득세법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강화를 위해 시행령을 개정, 내년부터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친인척 보유 물량을 모두 합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모두 냉담한 반응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안과 대치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추경호 의원도 반대 법안으로 정부 계획을 막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과 추 의원 발의 법안 핵심 내용은 기존대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하고, 친인척 보유물량 합산을 철회하는 것이다.

추 의원은 “세법과 같이 민감한 사안은 정부의 시행령 변경이 아닌 법안으로 논의해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대주주 3억원 기준은 여당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여야가 함께 저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에는 경제3법 관련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대한상의, 경총,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가 만날 예정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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