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열차제어 분야에서 외국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해외 진출도 꿈이 아닙니다.”
정락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열차자율주행연구팀장은 '오랜 꿈을 이루는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기술로 5세대(G) 이동통신 기반 열차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정락교 팀장과 철도연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지능형 열차제어기술이다. 그동안 지상 제어설비가 열차를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제어 방식에서 벗어나 열차가 스스로 제어하는 분산제어 방식으로 구현했다.
정 팀장은 “기존에는 연동역(진로와 분기를 정하는 장비가 있는 역)에 3교대, 2교대로 교대근무를 하고, 정거장마다 제어설비를 갖춰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식을 적용하면 큰 공간이 필요없고, 관리 인력도 최소한만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철도 현장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 열차제어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열차제어는 일본과 유럽의 몇몇 기업이 꽉 쥐고 있는 분야다. 열차 및 승객 안전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고,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이 특히 어려웠다. 정 팀장은 “기존 기업들이 오랜 철도 역사 속에 기술력과 신뢰를 쌓아왔고, 안전관련 분야라는 점 때문에 상당히 폐쇄적인 분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쉬운 기억도 있었다. 부산 도시철도 4호선에 적용된 경량전철 개발에 참여했는데, 열차제어 부분만은 일본 것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정 팀장이 유독 열차제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매진한 것도 이 때 영향이 컸다.
정 팀장은 “철도 시스템 개발의 키가 열차제어에 있다는 생각을 그 때 갖게 됐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한 열차자율주행 시스템은 향후 우리나라 관련 연구의 위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기존 추격형 연구개발(R&D)에서 졸업, 선도형 R&D를 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했다. 역전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 준비하는 것도 많다. 정 팀장은 '주행 중 가상 결합·분리' 기술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주행 중인 열차들을 매우 근접하게 둬, 마치 하나의 열차 편성처럼 기능하게 한다. 가장 고난이도 기술이다. 내년부터는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가 앞서나가는 만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현재 열차자율주행 시스템은 원천기술 확보 단계라 실제 차에 적용하는 등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곧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철도연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