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패권은 누가 더 똑똑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ICT 가치도 극대화 될 수 있다. ICT 패러다임은 패권을 더 이상 독자적인 힘으로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협력의 결과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 형태로 발전될 때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며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AI 분야에 있어 개방형 협력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구축은 더욱 중요하다. 대규모 학습데이터와 머신러닝 데이터 모델 등 AI 기술이 갖는 특성, AI가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산업적 파급력, 그리고 우수한 개발역량을 활용하고 협업을 유도하는 인적자원 등은 협업 기반 개방형 플랫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실제 구글의 텐서플로우(TensorFlow), 딥마인드랩(DeepMind Lab), 코랩(CoLab), 페이스북의 파이토치(PyTorch), 마이크로소프트의 ONNX 런타임 등 주요 글로벌 ICT 기업들은 앞 다퉈 자사의 AI 엔진을 공개하며 미래 ICT 시장 점유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최근 ICT 분야에서 연구개발(R&D) 패러다임은 외부 전문 역량을 활용한 기술혁신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바로 이러한 개방형 플랫폼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서, 개발단계에서부터 외부 역량을 활용하며 신속한 기술혁신 기반의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AI 뿐 아니라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은 대부분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ETRI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최초로 오픈소스를 전사적인 R&D 혁신 역량으로 본격 활용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오픈소스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에 개방형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런 혁신을 이끄는 가장 핵심이 되는 동력은 바로 인적 역량이다. 개인의 역량 발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과 개인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으로 이어지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오픈소스 중심 협력적 개발 환경을 하나의 R&D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ETRI는 올해부터 오픈소스 R&D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규정 마련을 포함해 전문위원제도를 도입하는 등 혁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지난 5월 통과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제25조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SW연구 및 기술개발 촉진 등과도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오픈소스는 비대면 시대에 ICT 및 과학기술 협업을 위한 핵심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바이러스 전파 확산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모델들이 오픈소스로 개발되고 있고, 3D프린터 기업은 마스크와 면봉 설계도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수백 개의 병원에 개인보호 장비를 배포키도 했다. 오픈소스를 활용, 저렴한 인공호흡기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오픈소스는 이제 빠른 ICT 환경변화에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다. SW 개발 관점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위한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또한 오픈소스 기반 R&D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협업 기반 R&D 환경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AI 분야에 있어서 오픈 소스를 활용한 개방형 혁신은 미래 ICT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픈소스센터장 syl@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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