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16>이제는 'K-디지털 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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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제 말 들리세요? 어디가 얼마나 아프세요?”

모니터 화면 속의 의사가 컴퓨터 앞에 있는 80대 할머니에게 물었다. 간호사인 보건진료소장의 도움으로 '원격협진'이 진행되는 도중 열악한 통신 환경 탓에 연결이 수차 끊겼다. 이곳은 전남 완도군의 작은 섬 금일도다. 병원이나 약국이 없다. 육지까지는 2시간 걸리고, 날씨가 나쁘면 아예 배가 뜨지 않는다. 아파도 육지에 있는 병원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주민은 평상시에 보건진료소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할머니는 완도 보건지소에 있는 의사에게서 '원격진료'를 받았고, 보건진료소장은 할머니에게 의사가 처방한 약을 건넸다. 지난해 현지에서 이 과정을 지켜본 필자는 의사로서, 보건정책 행정가로서 '원격협진은 섬 지역 등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한 의료 취약지에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건강은 인류 탄생 이래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지난 2018년 65세 인구가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급증, 지난 한 해 연 100조원이 넘는 의료비를 국민이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 치료를 위해 투입되는 의료비는 장차 한국 사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서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 부족과 함께 의료기관 접근에 제한이 있는 국민 건강관리를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앱)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건강관리를 받는 디지털 헬스의 필요성이 높아 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뉴노멀 시대를 맞아 사람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고 건강에 대한 사회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필요한 비대면 위주의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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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현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는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어르신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강위험 요인이 있는 성인 대상으로 스마트폰 모바일 앱을 통해 보건소 내 전문팀이 온라인으로 영양·운동 등 개인 맞춤형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ICT 활용 온라인 건강관리 서비스다.

서비스 이용자는 시간이나 거리 제한을 받지 않고 모바일을 통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어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서비스 만족도 점수가 85.9점에 이르렀다.

한편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한·중남미 비즈니스 서밋,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소개돼 중남미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들 두 보건의료 정책사업은 지난 7월 한국형 뉴딜, 디지털 뉴딜 분야에 선정됐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이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또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와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ICT를 접목, 현장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한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 연구개발(R&D)을 2020~2024년 5년 동안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한다. 이렇듯 국내에서는 이미 디지털 헬스의 필요성에 많은 연구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이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예산 지원 등 이러한 정책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성공 대응으로 K-방역, K-진단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지금 'K-디지털 헬스'를 잘 연구하고 실행, 국민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 president@khealt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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