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씨젠, 에이치엘비, 알테오젠, 카카오게임즈, 셀트리온제약. 21일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4조원이 넘는 기업들이다. 6개사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코스닥 기업은 50개 안팎이다. 1438개에 이르는 코스닥 등록 종목 가운데 4%가 채 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 10년 만에 4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이 성사됐다. 상장을 추진하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모가 최상단에서 가격이 정해질 경우 시가총액이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과 빅히트는 그동안 꾸준히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증권시장에서 평가받지 않은 기업의 가치가 1조원을 넘기는 것은 유니콘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데서 유래했다.

배민과 빅히트는 이미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재무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흔히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고용 창출, 브랜드 가치 등 유무형의 성과 역시 속속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상상 속 동물이 아니라 현실에 자리매김한 기업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각 산업의 시장점유율이나 매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득실을 가져다주는지를 종합해서 정책 대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정부는 CB인사이트라는 하나의 외국계 시장조사 업체에 의존, 유니콘 현황을 발표했다. 유니콘 기업이 하나 새로 생길 때마다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는 근거로 쏠쏠히 써먹곤 했다. 정부와 여당이 앞다퉈 유니콘 기업을 30개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결과다.

이제라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여러 개의 조사 기관에서 각기 집계하는 유니콘 등극 여부와 현황 등을 종합해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 변화다.

유니콘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정부가 제아무리 부추겨도 유니콘의 진가는 시장에서 평가받기 마련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니콘이 한국 경제에 기여할 종마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잘 가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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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