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법 위반 혐의로 식약처 조사
생산·판매 중단…美 계약 무산 위기
오락가락 행정에 현장 혼란 '부채질'
업계 "분류·인증 기준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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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정부가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체온카메라)에 대한 의료기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가운데 산업계 피해가 현실화했다. 국내 판매가 막힌 것은 물론 대규모 수출마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체온카메라를 체온계로 분류하는 기준과 의료기기 인증 기준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 8월 6일자 1면, 9월 15일자 2·4면 참조>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체온카메라를 생산하는 A제조사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를 받으면서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국내 유통은 물론 23개국 수출길도 막혔다. 미국 업체와 1만대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도 생산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체온카메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를 만난 것이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생사기로에 섰다.

A사 대표는 “6월 식약처에 문의했을 때는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이제는 의료기기라고 하니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판매가 재개되도록 빠르게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식약처의 불분명한 태도가 현재의 사태를 키우고 있다.

A사가 사전 문의에 대한 답변은 물론 본지가 8월 말 식약처에 문의했을 때도 “의료기기가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달 초에는 “열화상카메라와 혼동해 잘못 답변했다”는 답을 받았다.

식약처도 아직 정확한 구분과 법규 적용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직도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16일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로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면서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가 마련하고 있는 체온카메라 의료기기 인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현행 체온계는 전자체온계, 귀적외선체온계, 피부적외선체온계 3종뿐이다. 체온카메라는 이 3개 품목과 사용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인증을 위해서는 새로운 분류 체계와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기준 마련이 늦어지고 기준 초안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대응이 어렵다며 업계는 하소연했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는 일종의 '우회로'가 있지만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맞지 않는 점이 문제다. 체온카메라 광고나 설명서에서 '정확한 체온 측정'이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를 삭제하면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이렇게 하면 출입자 체온을 의무 기록하는 장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체온카메라 제조사 관계자는 “기준 초안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며,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면서 “수출길이 막혀 중소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기준을 마련, 혼란을 막아 달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