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의 첫 보도(8월 6일자 1면) 이후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이하 체온카메라) 문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관련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보도에서 체온측정 카메라가 종이사진에서 '정상' 체온으로 반응한다는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자, 식약처에서 뒤늦게 해당 제품들을 '의료기기'로 판단, 불법 제품이라고 고발조치를 취하면서 문제가 더 확산됐다. 이에 관련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정부의 뒤늦은 규제가 방역과 신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후속 보도(9월 10일자 1면 등)에서 관련 IT업계의 어려움 등을 추적, 보도했으나 여전히 혼란스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첫 보도 후 40여일이 지난 상황에서 '불법'이라고 낙인찍힌 업계의 혼란과 방역체계에 기여해 온 해당 제품의 처리 문제 등을 긴급 점검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이하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로 판단하고 실태조사를 시작한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산업 성장에도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규제와 함께 산업육성 시각으로 체온카메라를 인식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한편,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등 자구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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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1개 업체 고발 이후 후속대책 없어

식약처는 8월 중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 제조사 한 곳을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이후 관련 시장 전면 조사를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신속한 조치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자사 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최종 확인되면 제조사는 생산시설에 대해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심사에만 6개월가량 소요된다. 이후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의료기기로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볼 지 여부도 미지수다.

의료기기법 2조에 따라 식약처는 이 제품을 '체온계'라고 판단했다. 체온을 수치로 정확히 측정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제품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IT업계는 정확한 체온 측정이 필요한 의료용이 아니라, 고온 발열자를 감지해내는 '보조기구'라고 하소연한다. 발열 여부만 가려내는 용도라는 설명이다. 해당 장비 사용이 의료행위를 전제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법 적용 자체가 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는 발열여부만 확인할 뿐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체온카메라는 어디까지나 발열자를 가려내는 스크린용”이라면서 “1차로 가려낸 뒤 의료용 체온계로 정확하게 측정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고사위기 vs 신산업 육성' 기로에

8월 중순 식약처가 한 제조사를 고발한 이후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공급 업체도 수십 개에 이른다. 실제 해당 제품들은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수출기회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이다.

판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고, 해외 수출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체온카메라의 필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기회가 더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산 체온카메라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 나오기가 어렵게 된 만큼 우리가 이 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체온카메라에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보안 문제가 개입한다는 점도 우리 업체에 유리한 요소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오기 보다는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온카메라 업체 대표는 “우리는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라고 하고 외국은 산업용기기로 본다면 수출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해외 규제 동향을 살피면서 체온카메라를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팔린 모든 무허가 체온카메라를 수거하고 앞으로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판매하지 못하게 할지, 아니면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가 아닌 방역 보조기구로 보고 새로운 분류기준을 마련할지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코로나19 특수상황 고려해야...업계도 품질개선 등 자구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불법 의료기기 제조·판매라는 무거운 잣대로 보기보다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미국 FDA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발빠른 판단을 내렸다.

현실적 측면의 접근 필요성이다.

이미 해당 제품군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 사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판매중단이나 고발보다는 관련 고시 제정을 통해 규정을 정비하고, 올바른 사용 가이드라인 제시 등 합리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관련 부처와 협의해 불량장비의 유통을 막기 위해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의 성능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기존 의료법이나 의료기기법에 저촉되는 새로운 제품군의 출현에 대비한 현행법 개정 등 대책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당초 전자신문이 불량제품이 넘쳐나는 현실을 고발한 것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해당 제품군을 방치할 수는 없기 상황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수십만원에 불과한 부품을 수입, 수백만원의 차익을 내는 일부 업체들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면인식과 온도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등 신뢰성 있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며 “발열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 유무 판정은 방역과 직결되는만큼 이에 맞는 규정을 마련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