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아시아를 넘어 미주 지역으로 성장 보폭을 넓힌다. 몽골과 베트남에서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면,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는 프리미엄 아시안 푸드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역사는 곧 국내 대형마트 역사다. 1993년 서울 창동점을 열며 국내에 할인점 개념을 처음 선보였다. 대량 매입을 통한 상시 저가와 농수산물 산지 직매입 등 유통 혁신도 이끌었다.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국내에 진출한 프랑스 까르푸와 미국 월마트도 '한국형 할인점'을 앞세운 이마트에 밀려 철수했다.
국내서 벗어나 해외서도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비록 1997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외교 문제와 맞물려 철수했지만,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과 몽골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영토 확장을 지속한다.
2015년 베트남 호찌민에 문을 연 이마트 고밥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한국 상품 경쟁력을 앞세웠다. 점포 직원 300여명 가운데 점장을 비롯해 95% 이상을 현지인으로 구성했고, 오토바이 이용률이 80%가 넘는 베트남 환경을 고려해 오토바이 1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역 최대 주차장도 마련했다.
또 상품 차별화를 위해 현지 다른 마트와 달리 신선, 즉석조리, 베이커리 코너를 직영화했다. 치킨·김밥·떡볶이 등 즉석조리 식품은 국내 매장과 똑같은 레시피로 조리한다. 덕분에 고밥점 매출은 오픈 첫해 419억원에서 지난해 749억원으로 급증했다. 연내 2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5개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2022년까지 베트남 법인에 2900억원을 투자한다.
3개점을 연 몽골에서는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는 전초기지가 됐다. 울란바토르 3호점은 전체 3만5000여개 상품 중 약 30%가 한국 제품이다. 이마트 출점과 함께 몽골 식문화도 급변했다. 삼겹살과 생선회, 김밥뿐 아니라 피자·치킨 등 즉석조리 식품이 인기를 끈다.
내륙 특성상 찾기 힘들었던 바다 수산물 역시 이마트를 통해 수산물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갈치, 연어와 오징어 등이 대중화됐다. 한국식 회 문화도 새롭게 자리잡는 추세다. 현지화도 꾀했다. 매일 아침 우유로 끓인 전통차를 마시는 몽골 식습관을 고려해 '원유'를 상시 판매한다.
몽골에선 안정적 연착륙을 위해 합작법인 형태를 취했다. 이마트가 현지 유통기업인 알타이그룹 스카이트레이딩에 브랜드와 점포운영 컨설팅, 상품 등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방식이다. 지난해 몽골 이마트 매출은 950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신장했다.
이마트는 아시아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까지 전선을 넓힌다. 2018년 미국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지난해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뉴시즌스 마켓을 사들여 점포수를 52개까지 늘렸다. 미국법인 상반기 매출은 7746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39.8% 늘었고 영업이익도 4억원 흑자 전환했다.
이마트는 이르면 연내 그로서란트 매장 PK마켓 1호점을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열 계획이다. 앞서 오리건주 현지 공장을 인수해 식품 생산라인도 확보했다. 미국 백인 중산층 겨냥해 아시아 식재료를 구매하고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특화 매장으로 꾸릴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