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자가망 연계 방식 법 위반"
통신사에 임대하면 위법논란 피할 수 있어
서울시 "부가통신에 해당...위법 아니다"
스마트도시전략 추진 위해 서울시가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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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과기정통부는 에스넷(서울시 자가망) 기반 공공와이파이를 두고 약 1년간 물 밑에서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공익성을 강조한 사업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렇게 대립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법령을 두고 맞섰지만 양 측 대립 본질은 중앙정부·통신업계와 지방정부가 통신자원 주도권 두고 벌이는 파워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통신업계는 무료 접속 인터넷이 확산으로 경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여기에 망 운영마저 지방정부 손에 넘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4000km가 넘는 자가망을 보유한 서울시 존재는 위협적이다. 자칫 전국 지자체에도 자가망 확산 바람이 불 수 있다. 스마트시티 등 지자체로서는 자가망 구축 필요성이 차고 넘친다. 지자체가 우후죽순 자가망 구축에 나서는 것은 국가 망 정책을 관할하는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통신기본권 등 시민복지와 스마트행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궁극적으로 자가망을 통해 치안, 복지 등 여러 행정을 선진화 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근본이 되는 망 운영부터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자가망 역시 통신사가 제공하는 회선에 물려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통신사와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과기정통부, 통신업계 입장을 △위법성 △구축방식 △서비스완성도 세 가지 쟁점별로 정리했다.

<에스넷 기반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과기정통부 입장>

◇위법성, “자가망 연계 공공와이파이는 위법”

과기정통부는 서울시 공공와이파이와 관련, 에스넷 자가망에 직접 연동하는 방식의 활용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자가망은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업이 자체 목적을 위해 구축하는 통신망으로, 다른 법인 또는 개인에게 통신을 제공하거나 서로 다른 자가망을 매개해선 안 된다. 사업법에 따르면, 금지 조항 위반 시 과기정통부 장관이 고발할 수 있고, 법률에 근거해 과태료와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자가망이 모든 경우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자가통신설비 목적외 사용특례범위' 고시를 통해 예외를 인정한다. 경찰 또는 재해 구조업무, 철도, 도로정보에 한해 자가망 목적외 사용을 인정한다. 스마트도시법에서 규정한 △행정 △교통 △방법방재 △교육 △문화관광스포츠 등 19개 서비스에 대해서도 자가망 사용이 부분 허용된다. 해당 서비스 역시 일반대중에게 통신을 제공하는데 자가망을 이용해선 안 되며, 통합관제센터로 여러 망을 매개해 통합 활용하는 데까지만 허용된다.

서울시의 자가망 연계방식 공공와이파이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특례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과기정통부 기본 입장이다.

◇구축방식, “통신사 망임대 또는 상용망 이용해야”

과기정통부는 자가망 연계를 제외한 공공와이파이는 최대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전국에 1만개 공공 와이파이 공유기(AP)를 구축하고, 1만8000개 기존 AP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등 공공와이파이 확산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법률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자가망 구축·운영 방식을 제안했다.

대표적 타협안은 서울시 자가망을 통신사에 임대하는 방안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자가망 운영자는 초과되는 여유통신회선 용량 등을 통신사에 제공(임대)할 수 있다. 서울시가 통신사에 자가망을 빌려주게 되면, 자가망 소유권은 지자체에 귀속되지만 자가망의 전기통신사업법상 운영 주체가 통신사가 된다. 이 경우 합법적으로 에스넷을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활성화에 이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자체가 통신사와 회선 계약을 체결, 통신사에 공공 와이파이 유지관리, 운영을 맡기며 서비스하는 유형을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지자체가 통신사와 공동 펀드를 구축해 공동으로 서비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효율성, “자가망 비용과다 우려”

과기정통부 입장과 별개로, 공공와이파이 실무협의체에 참여하는 통신사는 자가망 활용의 경제효과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망으로 공공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경우 지자체가 자체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부분은 인정된다. 하지만, 기술 진화 또는 망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자체가 직접 감당하는 과정에서 총소유비용(TCO)은 통신사에 지불하는 회선료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서울시가 구축하는 4000㎞ 규모의 에스넷 자가망을 일반 국민에게 서비스하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통신사 지역본부급 인력과 망 운영·관제 설비가 필요하다. 통신사는 구축비용과 기술진화에 대응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비용을 통신에 대한 전문운용능력을 지니지 않은 지자체가 충당할 수 있겠느냐 입장이다.

보안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커가 공공와이파이 망을 노리고 침입할 경우, 서울시 자가망을 타고 민감한 내부 행정 정보에 접근 가능하다. 와이파이AP를 관리하는 장비인 콘트롤러 등과 관련해 충분한 인증과 보안성을 담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서울시, 통신사와 참여하는 '공공와이파이 실무협의체(가칭)'를 앞두고,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합리적인 공공와이파이 활용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서울시 입장>

◇위법성, “과기부 주장대로라도 부가통신에 그쳐”

서울시는 자가망인 에스넷 기반 공공와이파이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 7조는 영리 목적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요건을 정하는 조항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등록을 할 수 없어 과기정통부가 '공공와이파이' 위법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하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과기부 입장대로 에스넷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경영'이라고 가정해도 이는 기간통신사업자(ISP) 역무를 이용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에 해당한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부가통신역무는 등록이 아닌 신고로 가능하고 지자체도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합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가망으로는 완결된 통신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기부가 지적한 '통신매개'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서울시가 아닌 자가망에 인터넷을 연결한 통신사가 최종 통신매개 사업자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히려 공공와이파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타인 통신매개를 허용하는 예외사유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대통령령으로 공공와이파이를 예외사례로 명시하자는 서울시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다.

국가정보화기본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지자체에게 △국민 정보통신서비스 접근권 △약자계층의 방송통신 소외 방지 의무를 둔 것도 서울시가 공공와이파이 사업 합법성을 주장하는 근거다.

◇구축방식, “서울시가 설비부터 운영까지 해야”

서울시는 에스넷 기반 사업의 전체 운영을 시가 도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시민들이 공공생활권역에 설치한 공공와이파이 중계기에 접속하면 △서울시·자치구 자가망을 통해 시청 정보통신실 초고속망 운영센터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최종적으로 통신사업자를 통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도록 설계했다. 1,2단계를 서울시가 처리하고 3단계를 통신사가 처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에스넷을 통해 공공와이파이 제공뿐 아니라, 서울시가 시 전역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행정망도 선진화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에스넷이 시너지를 내고 운영효율을 담보하려면 서울시의 적극 개입이 필수다. 1, 2단계를 통신사에 맡기면 이 같은 청사진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효율성, “통신사 운영 공공와이파이 제대로 작동 안 해”

서울시는 민간 통신사에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맡기면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 기존 사업에서 통신사의 부실한 관리가 증명됐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서울시 전역에 설치된 이통사 운영 공공와이파이 AP는 많게는 30% 이상 비정상으로 작동했다.

이통사가 SSID를 개방한 공공와이파이는 전체 4013개 중 1406개가 '접속불가' 'AP 없음' 'SSID 없음' 등을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시 자가망 위에서 운영하는 이통사AP 역시 1741개 중 181개가 불량이었다. 서울시가 자체 운영하는 공공와이파이 AP 불량률이 0%인 것을 감안하면 부실운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와이파이 다운로드, 업로드 속도 역시 통신사 운영 AP는 서울시 운영 AP 절반에 그쳤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 자체적으로 초고속망 운영센터, 보안관제센터 등 망 운영인력과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것도 서울시가 자체 운영을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와이파이는 통신기본권 보장과 통신격차 해소를 위해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면서 “도로망도 고속도로, 지방도로, 국도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듯이 1000만 시민의 원활한 정보접근을 위해서는 이동통신과 함께 공공와이파이라는 보완 통신망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