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모호한 의료기기 판단기준..."체온측정 카메라, 합리적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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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은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불법 의료기기'로 보고 전면 조사를 시작했다.

고온 발열자를 찾아내는 '열화상카메라'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 생각하던 IT 업계는 졸지에 처벌이 무거운 의료기기법 위반 업체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많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고, 관련 업체도 많은 만큼 식약처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모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의료기기법을 위반했다기보다는 '과장광고'를 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어 논란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식약처는 8월 중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 제조사 한 곳을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이후 관련 시장을 전면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신속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자사 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최종 확인되면 제조사는 생산시설에 대해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심사에만 6개월가량 소요된다. 이후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의료기기로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볼 지 여부다.

의료기기법 2조에 따라 식약처는 이 제품을 '체온계'라고 판단했다. 체온을 수치로 정확히 측정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제품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반면에 IT 업계는 정확한 체온 측정이 필요한 의료용이 아니라, 고온 발열자를 감지해내는 '보조기구'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려낸 뒤 더욱 정밀한 체온 측정은 의료용 체온계로 해야 맞다는 것이다. 해당 장비 사용이 의료행위를 전제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법 적용 자체가 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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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는 발열여부만 확인할 뿐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구현 방식만 다를 뿐 적외선(IR)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는 유사한 제품이다. 체온 측정 거리, 회당 측정 인원 수, 정확도 등 일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외선 카메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사람의 얼굴 표면 온도를 측정해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장치가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규정이 애매해 유권해석의 여지가 있다”면서 “적외선 카메라는 표면 발열상태를 측정하는 장비로 엄밀히 따지면 체온이 아니라 얼굴의 표면온도를 재는 장치이기 때문에 이를 체온계로 간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불법 의료기기 제조·판매라는 무거운 잣대로 보기보다는 과장광고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열화상 카메라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데도 '체온을 측정해준다'거나 '수치로 표시해준다'는 마케팅 문구가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현실적 측면의 접근 필요성도 제시된다.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 사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애매모호한 법적 문구만을 기준으로 규제보다는 실제 효용성을 우선해야 하는 위급상황이기 때문이다.

판매중단이나 고발보다는 관련 고시 제정을 통해 규정을 정비하고 올바른 사용 가이드라인 제시 등 합리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관련 부처와 협의해 불량장비의 유통을 막기 위해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의 성능 기준을 시급해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면인식과 온도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등 신뢰성 있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며 “발열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 유무 판정은 방역과 직결되는만큼 이에 맞는 규정을 준수하도록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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