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동이 줄어들면서 배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1일부터 밤 9시 이후 식당 이용이 금지되고 프랜차이즈 카페 이용까지 중지되면서 배달 주문량이 폭증했다.여기에 정부에서 2.5단계를 13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배달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요 폭발 시킨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서울시 공식 제로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띵동에 따르면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30일을 포함한 주말 주문 건수가 이전 주말보다 33% 급상승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다른 배달 플랫폼에서도 나타난다. 배달의민족(배민)의 경우 카페에서 포장과 배달만 허용됨에 따라 지난달 30일 커피와 디저트 주문 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야식 배달 주문은 11.2% 늘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다시 발효된 지난달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전체 주문건수는 전월 같은 기간(7월 19일~28일) 대비 27% 늘어났다.
배달대행업체인 바로고는 두 번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열흘 전인 8월 13~22일까지 배달 건수는 439만7000건이었다. 이후 거리두기가 시행된 8월 24일에서 9월 2일까지 열흘간 배달건수는 463만4000건으로 5.4%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주문 건수는 약 57만5000건으로 전월 동기간 대비 12만건(25.8%)이나 늘어났다.
마켓컬리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3일간 식품 판매량이 직전 월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배달 앱의 월 결제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주요 배달앱에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해 3월에는 1조82억원, 7월에는 94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결제자 수는 3월 1628만명, 7월 1504만명이었다. 지난 한해 7조1000억원을 기록했던 주요 배달 앱 결제금액이 올해는 7월까지에만 6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하순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결제금액은 더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너도나도 배달 뛰어들어
통계청 '2020년 7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9625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15.8%(1조7653억원)증가했다.
상품 부문별로는 전년 동월 대비 음식서비스(66.3%)와 농축수산물(72.8%), 음·식료품(46.7%) 등이 크게 증가했다. 배달음식과 간편조리식, 쌀·과일 등 신선식품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8조7833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1.2% 증가했다. 특히 음식서비스가 95.0%에 달했다.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를 내세운 건 e커머스 업계가 먼저다. 쿠팡 '쿠팡이츠', 배민 'B마트', 위메프 '위메프오'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즉시배달 경쟁을 촉발했다.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과 편의점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 강자 롯데그룹은 '롯데온(ON)'을 통해 주문 후 한 시간 내에 즉시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지난달 26일 개시했다.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B마트보다 한 시간 가량 늘렸다.
편의점 CU는 전국 50여곳에서 운영하던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7월부터 전국 100개 점포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하루 배달 매출의 절반(44%)가량이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 나오는 심야 배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배달앱 '요기요'에 주문 접수된 GS25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해당 점포 반경 1.5㎞ 이내에 접수된 주문 콜을 잡아 도보로 배달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우딜 론칭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약 13일간 모집된 우딜 배달원인 '우친'은 7000명을 돌파했다.
◇배달원 모집 '진땀'...새로운 틈새 서비스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앱 플랫폼 업체와 배달대행업체들은 라이더 추가 모집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음식배달에 신선식품 배달까지 겹치면서 주문이 폭주해 제시간에 배달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바로고는 배달원을 추가로 5000명을 더 뽑아 수요에 대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배달원 숫자는 7월 26일 1만2700여명에서 8월 30일 1만3700명으로 1000여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달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며 라이더 모집 경쟁에 나섰다.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 송파지사는 일부 가맹점에 대해 배달 수수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다. 노원지사 역시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지난 7월 말 요기요플러스가 지급하는 평균 배달원 수수료를 인상했다.
틈새 서비스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기업용 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식권대장의 배달 서비스 '예약배달식사'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출시 8개월 만에 거래액이 103.3% 증가했다. 예약배달식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식권대장 앱을 통해 오전에 음식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배달 받는다.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개별 식사를 할 수 있어 코로나19 시국에 최적화된 기업 식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언택트 소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유통기업들은 배송 속도, 배달업체들은 인력 경쟁 등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