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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달은 우리가 맨몸으로 숨 쉴 수 없는 곳이다. 달을 찾는 우주인도 산소를 공급하는 우주복을 입고서야 활동할 수 있다.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지구 6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다. 지구의 경우 대기 최상부에 자기권(자기장)이 존재해 대기를 보호하는데, 달에는 이것이 없다. 달은 대기를 붙잡아둘 수도, 보호할 수도 없다.

그런데 최근 달에 '산화'의 흔적이 발견됐다. 리솨이 하와이 지구물리 행성학 연구소(HIGP) 교수팀이 달 표면에서 산화철 광물인 '적철석'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인도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 탑재체에서 수집한 달 표면 초다분광 반사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산화는 이름 그대로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다. 산소가 없다면 일어날 수 없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은 기존 상식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달 표면의 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적철석이 발견한 곳은 달의 80도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다. 이곳은 '영구 음영지역'으로 알려진 달의 극지방이다. 수년 전 얼음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물에 포함된 산소가 적철석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외부에서 날아와 달에 충돌하는 먼지 입자도 물을 간직했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달 극지방 지역에서도 지구와 마주 보는 '앞면'에 적철석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연구팀은 지구의 대기가 이런 적철석들을 생겨나게 했다고 주장했다. 지구 대기가 38만㎞ 이상 멀리 떨어진 달까지 전해졌다는 것이다.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플라즈마의 흐름이다. 지구를 비롯한 행성 자기장을 교란시키고 찌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때 생긴 자기력선을 따라 지구 상층 대기가 휩쓸려 나가게 된다.

재미난 점은 이렇게 대기가 휩쓸려 나간 외곽 '꼬리 지점'을 달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한 달에 5~6일 정도 기간이다. 이때 산소 공급이 가능하다.

이 같은 분석은 전에도 있었다. 2007년 일본 달 탐사선 '가구야'를 통해 확인된 일이다. 달 앞면에서의 적철석 발견이 가구야를 통한 분석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

물론 달에 도달하는 산소 양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수십억 년의 장구한 세월을 거쳐 아주 조금씩 산소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미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계획을 비롯해 달에 직접 가는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적철석 샘플 확보로 더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게 된다.

학계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이 지구와 달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적철석이 달 극지방에서 나왔지만 유독 앞면에 집중됐다는 것은 지구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달이 생겨난 이래 지속적으로 지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