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리아킴과 AR 콘텐츠 제작…MZ세대 '밈'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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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에 파란색 보디 슈트를 입은 여성이 두 개의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 위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춤을 춘다. 높이가 50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의자이지만, 마치 100미터 상공에 떠있는 듯한 표정이다. 곡예를 하듯 춤을 추다가 의자 사이로 뛰어내리며 10초짜리 영상은 마무리된다.

영상이 AR로 완성된 이후 휴대폰에서 확인하니 여성이 밟고 있는 곳은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고층 빌딩이다. 10초간 여성은 두 개의 고층 빌딩 위를 오고 가며 마치 떨어질 것처럼 춤을 추다가 빌딩 사이로 뛰어내리며 사라진다.

유튜브 구독자 2200만명을 확보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채널 대표 아티스트 리아킴이 SK텔레콤 점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휴대폰으로 확인한 AR 영상이다.

SK텔레콤 점프 스튜디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망라한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 시설이다.

리아킴의 역동적 모습은 점프 스튜디오에 설치된 106대 카메라를 통해 360도로 초당 최대 60프레임을 촬영,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고화질 3차원(3D) 홀로그램으로 생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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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된 홀로그램을 스틸컷으로 체크하던 엔지니어가 리아킴의 보디슈트 지퍼를 깃이 안 보이게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덩어리감이 있는 경우에만 3D 표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기술진은 촬영과 동시에 현장에서 프레임 단위로 3D 데이터를 점검하고, 리아킴과 협의를 통해 촬영장면 AR효과를 극대화했다.

사람을 AR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얼굴 표현이 관건이다. 얼굴이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에 실제 크기는 신체 비중에서 6분의 1 이하라, 이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SK텔레콤은 이를 기술로 극복했다. MS의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Volumetric Video Capture) 기술로 인물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홀로그램 비디오로 구현되고, SK텔레콤 'T 리얼 플랫폼' 공간인식·렌더링 기술로 홀로그램과 현실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콘텐츠를 완성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 AR 콘텐츠는 휴대폰 화면에 구현했을 때 환경까지 고려할 정도로, 압도적 품질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제작 비용과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3D 프로세싱, 렌더링 기술로 기존 3D 모델링 작업의 수작업 공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했다.

3분 분량 혼합현실 콘텐츠를 만들 때, 기존 방식으로 통상 3~4개월간 수 억원 이상 비용이 필요했다. 점프 스튜디오에서는 1~2주만에 절반도 안되는 비용으로 완성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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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리아킴 춤 AR 영상을 10~20초 내외로 구성했다. MZ세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밈' 현상을 정조준했다. 밈은 SNS 등 인터넷에서 유행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이다. SK텔레콤은 AR 영상이 밈을 적중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아킴은 “같이 만나서 춤을 추고 땀 흘리기 어려운 시대”라며 “3D로 뒷모습까지 볼 수 있는 AR이 춤 교육 서비스에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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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향후 리아킴과 VR 콘텐츠도 제작한다. 아이돌 AR 콘서트 영상도 만들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점프 스튜디오는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생산기지”라면서 “과거 이벤트 혹은 시범 서비스로써 AR콘텐츠가 아닌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