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에 출자자 매칭이 난항을 겪고있다. 모태펀드, 스마트대한민국펀드 등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대규모 출자금이 나오고 있지만, 펀드 최종 결성을 위한 민간자금 출자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에 더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불거지는 분쟁,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으로 인한 관망세까지 더해지면서 민간 출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독립계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하반기 신규 출자 벤처펀드 결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출자자가 모태펀드로 출자 의사를 밝히면서 추가 출자 수요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 결성을 위해 최근 총 4155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운용할 VC 선정에 들어갔다. 8000억원 규모로 올해 결성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모태펀드 차원의 대대적인 출자 사업에도 불구하고 정작 벤처투자업계에선 외려 볼멘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민간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상 벤처펀드 결성은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금을 바탕으로 펀드 운용사가 민간 자금을 추가로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권이 벤처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긴급자금편성 등으로 추가 출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이은 사모펀드 분쟁도 금융권의 출자를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게 이미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소문이 났지만 사모펀드 사태 이후 상품을 추천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면서 “지점 단위에서 이뤄지던 벤처신탁도 끊긴지 오래”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 3525억원 가량을 출자했던 개인은 올해 들어 1115억원을 출자하는데 그쳤다.
CVC 도입 역시 전략출자자(SI)의 출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벤처투자시장에 간간히 이름을 올리던 대기업마저 CVC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 등으로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어서다. 하반기 출범할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역시 주요 대기업 등이 출자자로 이미 이름을 올리고 있어 VC 차원에서 별도의 출자자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일선 VC 한 심사역은 “대기업과 금융권이 업계 가장 '큰 손'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면서 “ 민간 자금 유치난이 벌어지는 가운데 VC의 모태펀드 참여제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CVC 도입으로 인한 제도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주력 투자 분야 변화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관망세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벤처투자촉진법 시행 등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참여자가 앞으로 출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