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코로나 시대, 돌아온 원격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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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할 시점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난 1970년대 초 국가의 안정된 정보산업 육성정책과 통신 고도화 정책 시너지 효과로 우리나라는 빠르게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다. 기업, 관공서, 학교 등은 경영합리화를 위해 경영정보시스템(MIS)을 도입했고, 효과를 봤다. 이어 소개된 것이 '원격시스템(Tele-System)'이다.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 손실을 극복하기 위한 ICT 시스템으로, 'Tele'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비대면'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원격근무(Telework), 원격진료(Telemedicine), 원격회의(Teleconference), 원격교육(Teleeducation) 등이 있다.

'원격회의'는 출장을 가지 않고 떨어진 사무실에서 각자의 컴퓨터 화면으로 회의를 진행, 경비나 시간을 절약한다. 그럼에도 회의란 얼굴을 맞보면서 해야 한다는 관행 때문에 사용을 쑥스러워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근무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하는 경우 종업원의 생산성 확인, 종업원 간 의사 전달이 문제가 된다. 더 어려운 분야는 '원격교육'이었다. 교육이란 한 장소에 모여서 진행해야만 협동심이나 도덕성의 함양, 개인의 성격 파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뿌리 깊었다. '원격진료'는 '온라인 진료 서비스'라고도 불린다. 원격진료는 의료기관의 수익, 고가 의료장비의 지방 설치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의료기관 간 협조, 의료 인원 부족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팬데믹이나 전쟁 등이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14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흑사병이 대표 사례다. 반세기에 걸친 유행 기간이 지난 후 유럽 인구는 약 4분의 1을 잃었다. 노동력 감소로 봉건 신분제도가 해체됐고, 새로운 규제와 관습이 형성됐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생한 새 문화인 르네상스는 유럽을 중세에서 근대로 들어서게 했다.

원격시스템에 대한 사회 관심은 2020년 1월이 되면서 크게 높아졌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코로나19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가능한 한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해야 하고, 지역 간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격시스템'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010년 6월 비대면 의료 활동을 인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원격교육' 분야의 경우 이미 많은 교육기관이 온라인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용 각종 포털 사이트를 보완, ICT 환경 정비도 진행하고 있다.

'원격근무'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트북만 있으면 카페나 전철 안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뛰어난 통신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원격회의' 또는 'TV 회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도입에 가장 뒤처져 있던 정계나 관계에서조차 국내외 회의, 국제기구와의 회의를 원격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원격시스템은 비대면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대면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더욱 고도화되고 섬세한 대면 기술을 요구할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연구의 적극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기식 아이티젠 회장(공학박사) don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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