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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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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 제재 여파로 자사 스마트폰 핵심 칩 생산을 중단을 공식화했다. 화웨이 칩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화웨이 반도체 사업이 미 정부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여승동(余承東) 화웨이 CEO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열린 '중국정보화백인회 2020' 연설에서 “신규 시스템온칩(SoC) 기린9000을 새로운 스마트폰 메이트 40에 탑재하는 것을 끝으로 화웨이 기기에 기린 칩을 넣을 수 없다”며 “미국 제재로 오는 9월 15일 이후 화웨이 스마트폰용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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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동 화웨이 CEO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우리는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중국 bilibili 영상 갈무리>>

화웨이가 공식 석상에서 미국 제재로 인한 자사 칩 생산 중단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산업 전반은 물론 중국의 야심찬 '반도체 굴기' 정책에도 적신호가 들어온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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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기린 칩. <사진=하이실리콘>>

기린 시리즈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이 칩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직접 개발한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와 통신 모뎀을 결합한 통합 AP 기린985,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해 자사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 다빈치 아키텍처를 탑재한 기린990 5G 칩 등을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하면서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전자 엑시노스 칩 등 세계적 칩 업체 기술을 바짝 뒤쫓았다.

첨단 칩 출시에 이은 하이실리콘의 몸집 성장도 괄목할만했다. 지난해 2억대 이상 스마트폰 판매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모회사 화웨이 성장에 힘입어 하이실리콘 매출도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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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실리콘은 올해 1분기 26억7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 탑10에 첫 진입했다. <사진=IC인사이츠>>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1분기 하이실리콘은 26억7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에서 첫 10위에 진입하는 등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시행한 미국의 대 중국 제재 조치에 따라 화웨이 반도체 사업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이실리콘 첨단 칩 대부분은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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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총매출에서 하이실리콘 비율. <자료=IC인사이츠>>

지난해 TSMC 전체 매출 14%가 하이실리콘에서 발생할 정도로 이들의 TSMC 의존도는 높다.

그러나 미국이 TSMC와 하이실리콘 간 거래를 제재하면서 오는 9월 15일 이후 화웨이 핵심 칩을 더이상 생산할 수 없게 돼 하이실리콘도 화웨이에 예상 물량만큼 칩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공급망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화웨이는 최근 대만 칩 기업인 미디어텍 등과 협력을 논의하는 등 차선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가 공식 석상에서 칩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할 만큼 상황이 어려워지자 업계에서도 하이실리콘 사업 관련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각지 7000명 이상 직원을 둔 하이실리콘이 첨단 칩 개발 어려움으로 연구개발 인력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하이실리콘 인력 조정으로 미국 제재의 영향을 덜 받는 오포의 반도체 연구소에 500명가량 인력이 이동한 것으로 안다”며 “신규 칩을 개발하더라도 14나노(㎚)가 주력인 중국 파운드리 SMIC 기술로는 생산에 한계가 있어 사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