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해운업계 반발에 한 발 물러섰으나, 양측 간 견해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해운물류 자회사 '포스코GSP'(가칭) 설립을 정상 추진하고 있다. 애초 포스코는 이 법인을 지난 7월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안으로 시기를 다소 미뤘다.
업계는 포스코가 법인 설립에 시간 여유를 둔 이유로 해운업계 반발을 꼽는다. 실제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을 갈취로 규정, 지속 반대하고 있다. 해운물류 자회사가 2자 또는 3자 물류업에 진출하고, 이 과정에서 포스코로부터 받은 화물을 이른바 '통행세' 받아 해운사들에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해운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 (해운업계) 오해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해운업계는 믿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과거 1990년에도 '거양해운'을 설립,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면서 “지금은 '해운물류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해도 나중에는 이를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법률 해석에서도 평행선을 달린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편법으로 해운물류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해운법은 철광석 등 주요 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그 화물을 운송하려면 관련 업계와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해상화물운송사업을 등록하도록 규제한다. 철광석만 아니면 해운물류운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해운물류 자회사 지분을 30% 아래로 보유하면 철광석마저 운송 가능해 진다”면서 “법망을 피해갈 방법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포스코는 관련법에 따라 해운물류업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국항만물류협회,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 등과 손을 맞잡고 총력 태세를 갖췄다.
김영무 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포스코가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으면 입항 거부와 하역노동자 및 화물연대 파업,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미뤄뒀던 상경투쟁 등을 본격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운업계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둬 양측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물류비용 절감 등 선화주간 상생을 위해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포스코는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