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가 궁금해서 경기도의 한 산업단지를 찾았다. 30년 넘게 쇠를 깎고 다듬었다는 부품 업체 사장은 어느덧 환갑이 넘어 머리가 희끗희끗한데도 샘플을 보여 주며 열변을 토했다.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시절을 견뎌 이제 역으로 수출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야무져 보이는 그에게도 코로나19는 난관인 모양이었다. 밤을 새우라면 매트리스에서 쪽잠을 자겠고 돈을 빌려오라면 은행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겠지만 피땀 흘려서 구축한 공장엘 가지 못하는 역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 공장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키우려고 베트남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짓고 올해 초 새 기계를 들였지만 그만 코로나19 사태가 난 것이다. 이 때문에 왕래가 끊겼고, 기계를 놀린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예매 사이트를 클릭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베트남과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표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는 한숨 섞인 하소연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득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대기업은 전세기를 타고 해외 공장에 갑니다. 우리 중소기업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몇 달째 해외 공장을 가지 못합니다. 이런 걸 도와주면 좋겠어요.”
정부가 잘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증유의 재난 앞에서 정부의 대응은 드물게 침착했다. 빠르고 정확한 대처로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들을 살렸다. 그럼에도 하나 더 요구한다면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작은 부분이다.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온갖 대책을 마련했지만 비행기표 한 장이 갈급하다는 생각은 누가 할 수 있었겠는가.
중소기업인을 싣고 가는 전세기편을 마련한다면 비록 작고 단순해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온 국민이 성원하고 정부가 성심껏 돕겠지만 마지막 일은 결국 기업인의 손에서 이뤄져야 한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산업단지를 돌아보면서 이 격언을 기자만 느낀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