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는 현대百그룹, '1조 실탄' 어디다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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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이 유료방송 현대HCN 매각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금으로 미래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성장성이 높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화장품, e커머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가 유력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HCN 방송·통신부문 신설법인의 매각 대금은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T스카이라이프와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존속법인 현대퓨처넷 유동자산 4000억원을 더해 최대 1조원 현금을 거머쥐게 된다.

현대HCN은 물적분할에 따라 존속법인 현대퓨처넷이 현대HCN과 현대미디어를 지분 100% 자회사로 거느리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진다. 현대HCN·현대미디어 매각이 끝나면 현대퓨처넷은 신사업 투자와 M&A에 집중하는 구조다.

매각 대금의 용처는 재무개선보다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이번 거래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회로 삼았다. 현재로선 본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다방면 분야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존속법인 현대퓨처넷 정관 변경을 통해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신사업 투자 주체가 되는 현대퓨처넷은 분할기일에 맞춰 디지털 사이니지·기업 메시징 사업만 남기고 종합유선방송업 등 기존 유료방송 관련 사업은 정관에서 삭제했다. 대신 기존에 없던 항목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소프트웨어·정보통신업체 기타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인수·합병·경영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의약품·화장품·건강기능식품·식품첨가물 제조 및 판매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관련 사업 △보관 및 창고업 △기타운송 관련 서비스업이다.

화장품 사업은 윤곽이 나왔다. 지난 5월 패션 계열사 한섬을 통해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을 인수한 데 이어 현대HCN은 화장품 원료 기업 SK바이오랜드 인수를 타진 중이다. 기존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성장성이 높은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에 초점을 맞췄다. 원료부터 제조-생산-유통까지 원스톱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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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CI

전자상거래 투자도 유력하다. 롯데와 신세계 등 경쟁사 대비 다소 뒤처진 e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릴 다방면 투자가 예상된다. 인수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별 강점을 살린 전문몰을 지향하는 만큼, 통합몰보다 특정 사업에 특화된 스타트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사업 목적에 창고업과 운송 서비스업 등을 추가한 만큼 물류 기반 확보에도 나설 전망이다. 최근 현대식품관 투홈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물류 관련 업무는 전부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은 덜었지만 온라인 사업 규모가 확장될수록 자체 물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ICT 분야도 투자 후보군이다. 현대백화점그룹 IT기업인 현대IT&E가 있지만 가상현실(VR) 부문을 제외하면 롯데정보통신이나 신세계아이앤씨 대비 규모와 역량 모두 뒤처진다. 시장에선 유통 사업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빅데이터 분야에 특화된 기술 전문 기업에 투자를 점치고 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강화를 위한 테크핀 사업도 주요 후보군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거 한섬과 리바트, 한화L&C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성공적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왔다”면서 “부족한 역량은 흡수해서 확장하는 게 정지선 회장의 경영 기조인 만큼, 수익성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시장이라면 뛰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