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25>비대칭이 만드는 공간

비대칭. 전략이나 군사 용어로 잘 쓰인다. 사전은 비교 대상인 양쪽의 크기, 형태, 위치가 불일치하거나 불균형 상태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는 이것은 공세와 수세란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방어해야 하는 기업엔 비대칭 위협, 진입자 입장에서는 비대칭 전략으로 각각 표현될 수 있다.

새로운 기업에 성공 전략이란 무엇일까. 기존 기업들이 간과한 시장을 찾는 것은 한 가지 전략이다. 색다른 기능이나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럴듯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관통하는 제안은 없는 것일까.

펠릭스 오버홀처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비대칭성이 만드는 공간에 주목해 보라는 것이다.

2004년에 이베이는 이치넷을 인수한다. 당시 중국 온라인 시장의 85%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지 훤히 보이는 듯했다. 미국 온라인 시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지금부터 10년이면 글로벌 시장의 중심인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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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자신감은 실현됐을까. 그러나 고작 몇 년 만에 타오바오는 이베이를 시장에서 깨끗이 몰아낸다. 무슨 일이 있은 걸까.

실상 이베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온라인 시장은 걸음마 단계였다. 주로 마더보드 같은 부품이 거래됐고, 주고객은 마니아나 전문가들이었다. 옥션 거래 방식은 싼값에 대용량을 거래하기에 알맞았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이 '테키'(Techie)라고 불리는 마니아 시장에서 이베이와 경쟁할 수 없다고 봤다. 그 대신 의류와 일반 소비자가 찾는 잡화를 떠올렸다. 여기에 공교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테키들이 모인다는 이베이의 명성은 의류나 화장품을 찾는 일반 고객에겐 거꾸로 작동했다. 게다가 온라인 시장은 마니아들이 찾는 전문용품에서 패셔니스타들이 원하는 잡화로 옮겨 가고 있었다. 너무나 희망에 차 있던 이베이의 꿈은 2006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온라인 데이트 신청에 매치닷컴은 선두주자였다. 회원이 많을수록 기회는 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장에서 선두 주자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하모니는 빈 시장을 찾아내 안착한다. 전략은 누군가에겐 각별한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하모니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이렇게 이하모니는 60만명의 다소 진지한 고객들로 매치닷컴의 시장을 하나 떼어낸 셈이 됐다.

호텔 추천의 강자 트립어드바이저는 동일한 방식으로 레스토랑 추천 시장에서도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항공사로 옮겼을 때 반응은 시큰둥했다.

세간에는 알리바바의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이하모니의 깜짝 성장, 트립어드바이저의 실수 정도로 알려졌지만 이건 비대칭성이 만드는 성공과 실패를 보여 준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이베이, 타오바오, 이하모니, 트립어드바이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제시한다. 비대칭성이 인도하는 숨은 시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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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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