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을 두고 여야가 입법 대치에 들어갔다. 부동산 과세 관련 정반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으면서 상임위원회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의원 간 합의는 물론 병합심사도 난항이 점쳐지면서 장기간 계류 상태로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과 '주택'을 명시한 발의 법안이 8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안만 12건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5건, 6건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나머지 1건은 열린민주당에서 나왔다.
여권은 정부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도 높은 과세 중심의 규제대책을 내놓았다. 야권은 이를 저지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대부분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고용진 의원 개정안은 종부세 세율 인상을 통해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박홍근 의원 개정안은 종부세율을 1.5배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강화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종부세 과세표준구간 세분화와 세율 인상을 다룬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합당 법안은 반대로 종부세 기준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태영호 의원은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9억원(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배현진 의원 역시 과세표준 공제금액 상향과 함께 장기보유자 및 60세 이상 고령자 공제율 확대 등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되면서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사안에 다수 법안이 발의될 경우 통상적으로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의원 간 합의를 통해 법안을 병합하고, 전체회의 의결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리는 절차를 거친다.
이번처럼 법안 간 취지가 갈릴 때는 사실상 합의와 병합심사가 불가능하다. 합의제로 운영되는 법안소위 관행상 한 명 의원의 반대가 있더라도 법안 처리는 늦어진다.
일각에선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어야 결론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문제다. 여야 대선주자가 내놓을 부동산 공약에 대한 국민의 표심이 법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상반된 법안이 다수 발의되면 논의만 하다 처리가 미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선에서 국민의 결정에 따라 종부세 강화 또는 완화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