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언제든 이스타 M&A 계약 해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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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계약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인수합병(M&A)을 언제든 무산시킬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제주항공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으나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산에 무게가 실린다.

제주항공은 16일 성명을 통해 “전날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국내 빅3 대형 항공사로 올라서기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경쟁당국 심사 지연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간 의견 차이로 딜 클로징 시점이 늦어져 왔다.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으나 요청한 선행조건 이행이 진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A가 무산되더라도 책임이 이스타홀딩스에 있다는 주장이다.

미이행 선행조건 중 가장 핵심은 미지급금 해소다. 이스타항공 미지급금은 약 17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이스타홀딩스 또는 이스타항공이 해소할 수준이 아니다.

이스타 측은 제주항공 요구에 조업사, 정유사에 탕감을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이스타항공 직원은 체불임금 일부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했지만 체불임금 250억원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부담을 느낀 듯 이날 계약을 해제하진 않았다. M&A 무산 시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새 인수자가 나올 시장 상황이 아니기 떄문이다. 1600여명이 실직할 경우 제주항공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최종 입장을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약속한 인수금융 2000억원은 물론,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모든 정부 지원은 갚아야 할 빚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2~3년이 걸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파격적 지원을 내놓지 않는 이상 제주항공으로선 인수 시 동반부실 발생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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