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체 주류 시장이 매년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수제맥주만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해외 수제맥주 양조장과 원재료, 장비 기업들이 대거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고 국내 기업들은 수제맥주를 발판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사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맥주산업박람회(KIBEX) 2020에 참가하는 관련 기업 123개사 중 해외 기업 비중이 45%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참가가 어려운 해외의 15개사는 이미 내년 행사 참가 계약을 맺는 등 한국 수제맥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이 120개를 넘어서고 생산량이 확대됨에 따라 맥아, 홉 등을 제조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 맥주 양조 설비와 관련 제품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맥주 재료 기업 퍼멘티스와 화이트 랩스, 독일의 대표 글라스 전문 기업 라스탈이 행사를 후원한다. 미국에서는 네브라스카 브루잉 컴퍼니, 개러지 브루잉 컴퍼니 등 미수입 맥주 양조장 9개사를 비롯해 35개 브랜드가 참가하며 독일에서도 맥주 양조장 등 10개사가 제품을 소개한다. 다만 해외기업 부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 국내 파트너사가 운영할 예정이다.
해외 기업들의 전시회 참여와 후원 등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따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맥주를 비롯한 전체 주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류 시장 출고액의 경우 2015년 9조3616억원에서 2018년 9조394억원으로 줄었다. 맥주 출고량은 2014년 206만㎘에서 2018년 174만㎘로 4년 만에 15% 감소했다. 이에 비해 수제맥주는 최근 4~5년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4~5배 성장(편의점 기준)하고 있다. 다양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올해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에 대한 세금이 큰 폭으로 줄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직접 성장하는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KIBEX 전시장 자체를 비대면 주류 판매 서비스 실험장으로 삼아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운영한다. 전시장 방문 전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맥주를 주문하고 행사 기간 내 전시장의 각 양조장 부스에서 픽업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21개 양조장의 맥주를 사전 구매할 수 있다.
LG전자도 최근 가정에서의 수제맥주 소비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신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를 내놨다. LG전자의 두 번째 수제맥주 제조기로 이전 제품에 비해 가격은 낮아졌지만 외관 디자인과 성능·기능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LG전자 역시 KIBEX 2020 현장에서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수제맥주 시장에서 전략적인 기회를 찾고자하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유일 맥주산업 박람회인 KIBEX에는 지난해 행사에 비해 바이어 등록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KIBEX 주최 측은 “수제맥주 시장 확대 국면에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원재료, 장비, 패키징부터 다양한 국내외 수제맥주 양조장까지 맥주산업의 전체 밸류체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산업전시회가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KIBEX 2020과 동시 개최되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비어 컨퍼런스 2020 (KIBCON 2020)'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맥주산업'을 주제로 기획됐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처하는 수제맥주 산업과 대안'을, 정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영업 생태계 변화 대응과 전망'에 대한 발표에 나선다. 또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가 맥주의 새로운 생산, 유통, 판매에 대한 청사진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