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게 코딩이어서” 초신선 푸드테크 정육각, 8월엔 수산물 배달

창업자 4명 중 3명 공대 출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도입으로
신선품 생산과정 차질 최소화
올해 매출 목표 250억 조준

창업자 4명 가운데 3명이 공대생, 생산직을 제외한 직원 절반이 개발자…

'초신선' 돼지고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정육각(대표 김재연)의 인력 구성이다. 언뜻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읽힌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한 김재연 대표는 미국 유학을 앞두고 친구들과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먹으러 다니다 온라인 판매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정육각은 2016년 '초신선 돼지고기' 판매를 시작으로 지금은 달걀, 우유, 소고기 판매로 확장했다. 8월 말에는 당일 아침에 잡은 고등어와 갈치 등 수산물 판매도 시작한다.

올해 목표 매출은 250억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이 휩쓰는 유통업계에서 단기간에 성장 스토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제품 본연의 '맛'에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초신선' 식품 배달이 이들의 목표다. 도축한 지 나흘이 지나지 않은 돼지고기, 오늘 낳은 달걀과 오늘 짠 우유를 집으로 신선하게 배달해 준다. 이러한 유통 체계는 소프트웨어(SW) 기술로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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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마트에 가보면 '프레쉬' '신선' '더신선'이라는 스티커가 많이 붙여져 있지만, 도축 일자 등을 살펴보면 10일 이상된 것으로 신선과는 거리가 멀다”며 “기존 방식의 유통 시스템으로는 소비자들이 신선한 돼지고기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유통 프로세스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표면적으로 먹거리 회사이지만, 뒷단은 IT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생산관리시스템(MES), 디지털패킹시스템(DPS)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통상적으로 이 4가지 시스템 중 하나만 갖춰도 스마트 팩토리라 불린다.

김 대표는 “시스템을 각 공정별로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시스템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확한 수요 예측에서부터 생산 과정에서의 로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초신선 제품을 배송하는 만큼 정확히 하루 발주량만 작업하고 재고 자체를 두지 않는다. ERP와 SCM간 연동으로 정확한 수요 예측과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또 생산과 포장 업무의 작업 병목 현상을 최소화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배운게 코딩이였다”는 김 대표를 포함해 창업자들이 직접 고기를 썰고, 포장 작업까지 해본 경험을 시스템에 그대로 녹인 결과다. 실제 몇몇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이 정육각에 인수를 제안했을 정도로 관련 시스템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결제 경험도 새롭다. 소비자는 구매 버튼을 누르면 결제예상 금액만 알 수 있다. 포장 단계가 끝난 뒤 정확한 무게를 기준으로 금액을 다시 산정 후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 또한 정육각이 자체 개발한 '신선페이'로, 기본적으로 무게가 주요 산정기준이지만 신선 등급, 크기 등 다양하게 적용해 과금할 수 있다. 신선페이는 정육각이 오차분에 따른 수익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고객 신뢰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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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달 말 투자 유치가 확정되면 공장 확장, 인력 확충 등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누적 투자금액은 57억원이다.

회사는 올 하반기 서울 강남·서초·관악·송파 지역에 주문 후 1시간 30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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