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유니콘 기업의 기준을 새로 정의한다. 그동안 외국계 평가기관의 자의적 잣대에 맞춰 유니콘을 선정하면서 발생한 기업가치 왜곡 등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고 K-유니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 및 전문가 등과 함께 한국형 유니콘 기업의 정의와 선정 방법, 기업가치 기준 등을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다음 달 중으로 시행될 K-유니콘 프로젝트 출범식 안팎으로 한국형 유니콘인 이른바 K-유니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고, 유니콘을 추가로 발굴·육성하기 위한 세부 지원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유력하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내년까지 유니콘 기업의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핵심 과제로 연초에 제시했다. 유니콘은 통상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의미한다.
정부는 그동안 유니콘 기업 평가 기준을 CB인사이트라는 외국계 시장정보 기관의 등재 여부에 의존해 왔다. 자체 평가 기준이 없다 보니 6개월 이상이 지나서야 정부가 뒤늦게 유니콘으로 올라섰다는 사실을 인지하는가 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몰락한 옐로모바일이 아직까지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남아 있는 등 문제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이미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기업 가운데 일부는 CB인사이트에 등재돼 있지 않아 유니콘으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올해 2월 기준으로 CB인사이트에 등록된 전체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수는 449개다. 반면에 테크크런치, 후룬레포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타 외국계 사이트에서 집계하는 유니콘 기업 수를 종합하면 모두 737개에 이른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11개가 아닌 12개로 늘어난다. 중기부 역시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기존 평가 기준과 어긋나는 만큼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가 새로운 한국형 유니콘 기준 마련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유니콘 기업의 예비단계에 해당하는 아기유니콘·예비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준이 마련된 만큼 최종 성장 단계에 해당하는 유니콘에 대한 명확한 제도상의 정의 역시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니콘 발굴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보다 체계적인 벤처 생태계 육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단순히 기업가치만으로 평가받는 유니콘보다 혹독한 경제 위기 등 환경 속에서도 낙타 같은 생명력을 유지하며 경영 성과를 올리는 카멜형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단순 유니콘 숫자보다는 유망 벤처기업군을 더 두껍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회수에 성공한 유니콘, 승천한 유니콘인 엑싯콘 등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