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사업장을 놓고 신세계면세점 고심이 깊어졌다. 계약 기간이 3년 남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협상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롯데와 신라가 영업요율 변경으로 임대료 부담을 대폭 낮춘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신세계 혼자 수천억 원대 임대료 부담을 짊어질 위기에 놓였다.
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사업장을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임대료 품목별 영업요율 변경과 월 단위 계약 갱신 등 사업자 측 요구안을 공사가 수용하면서 타결점을 찾았다.
롯데면세점은 최장 6개월간 연장영업하며 1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신라면세점 역시 고정 임대료를 매출과 연동된 품목별 영업요율 형태로 변경했고 권역별 운영시간에 대한 자율성도 보장받았다. 공항공사는 공실 우려를 해소했고 롯데와 신라는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문제는 신세계면세점이다. 신세계는 이번 임대료 협상에서 배제됐다. 이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DF1·DF5 구역의 계약기간이 2023년까지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2018년 롯데면세점이 사드 사태로 조기 반납한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다음 달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롯데·신라면세점의 경우 사업장 철수라는 키를 쥐고 공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지만,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공항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임대료 50% 감면 혜택이 종료되는 9월부터 롯데와 신라는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을 적용해 임차료가 대폭 낮아지지만 신세계는 거액의 임대료 부담을 계속 끌어안고 가야 한다. 현재 신세계면세점 DF1·DF5 구역의 연간 임대료만 3370억원에 이른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사업자간 형평성을 고려해 임대료를 감면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로선 공항공사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공실사태는 피했지만 임대료 수익이 줄어든 공항공사 입장에선 신세계면세점 임대료까지 자진해서 감면해 주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신세계면세점이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항공사는 과거 롯데면세점 조기 철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세계면세점과 계약에서 중도해지 조항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가 DF1·DF5 구역을 조기 철수하려면 공사와 협의해야만 한다. 해당 조항의 불공정계약 여부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허가제 사업인 면세업 특성상 소송까지 치닫기에는 부담이 크다.
또 협의에 성공해도 막대한 위약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앞서 롯데면세점 철수 때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할 경우 신세계면세점이 물어내야 하는 위약금은 8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에만 324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선 쉽지 않은 금액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일단 인천공항과 롯데·신라의 임대료 협의가 최종 마무리 되는대로 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 재요청을 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신세계면세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임대료 독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감면 요청은 하겠지만 뚜렷한 협상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