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면서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신소재를 발견했다. 반도체 미세화로 늘어나는 소자 사이 전기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반도체 응용 범위를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력해 반도체 신소재 '비정질 질화붕소'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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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원자로 이뤄진 0D, 1D, 2D, 3D 구조 예시. <사진=KISTEP 리포트 갈무리>>

비정질 질화붕소는 2차원(D) 소재다. 2D 소재란 원자들이 평면에서 결정 구조를 이루는 물질이다. 결정 구조의 차원 수에 따라 3D, 2D, 1D, 0D 등 물질로 구분하는데, '평면'에서 정교한 결정 구조를 이루는 2D 소재는 단열, 기계적 유연성, 전기적 특성이 기존 소재보다 뛰어나다. A4 용지(약 0.1㎜) 10만분의 1 수준의 매우 얇은 두께로도 잘 휘어지고 단단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핀이 2D 소재의 대표 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2D 소재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회로를 더욱 얇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소재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고성능을 내려면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올라가야 한다. 전자 신호와 전력을 증폭하거나 바꾸는 트랜지스터가 칩 속에 얼마나 정교하게 집적돼 있느냐가 성능을 결정짓는다.

문제는 정보기술(IT) 발달로 칩 크기는 갈수록 작아지지만, 트랜지스터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회로 간격도 자연스레 좁아지면서, 회로를 따라 난 전기길인 배선 사이 간섭도 늘어나 오류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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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소재와 비정질 질화붕소. <사진=삼성전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UNIST가 발견한 2D 소재가 화이트 그래핀의 파생 소재 '비정질 질화붕소'다.

비정질 질화붕소의 핵심 특성은 낮은 유전율이다. 유전율은 전기가 물질 표면에 쌓이는 효율이다. 값이 작을수록 전기가 흐르는 정도가 낮다.

이 소재의 유전율은 세계 최저인 1.78이다. 같은 역할을 하는 범용 3D 소재 다공성 유기규산염 유전율(2.5~2.7)보다 상당히 낮아 얇고 튼튼한 보호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칩이 고성능을 내려면 반도체 안에서 전자의 흐름이 빠르고 일정해야 한다”며 “삼성과 UNIST가 발견한 비정질 질화붕소를 활용하면 간섭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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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질 질화붕소 특징. <사진=삼성전자>>

이 소재는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공정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 삼성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성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는 "2D 소재와 여기서 파생된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학계와 기업의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며 "신소재 개발과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소재 관련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돼 화제가 됐다. 산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 차세대 신소재를 개발한 사례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