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학기술에서 찾는 사회 복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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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역설이지만 바이러스 대유행의 원인을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밀접접촉 금지, 밀폐된 공간에서 방역, 밀집 집회의 회피 등 이른바 3밀 원칙이다. 근대 이후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류의 생활 패턴이 도시 중심의 밀집된 생활공간에서 일어나는 집단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더욱이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지 30만년 동안 증가한 수만큼의 인구가 불과 100년 동안에 증가했다. 세계 대유행이 아니더라도 한 국가 내 바이러스 확산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혁신 과학기술이 나오기까지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세계 대유행 속에서도 국가별·지역별로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사회 대응 방식과 역량이 다름도 느낀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미국, 영국, 유럽에서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은 그동안 경제 성장에 비해 취약한 보건의료의 민낯을 보여 줬다. 지금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은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의 신약물질 발굴, 화학 및 생물학 합성,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독성이 없고 효능이 확증된 치료제 및 백신이 합리 가격으로 전 세계에 공급되는 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수한 진단시약으로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 준 우리에게도 아직 여러 가지 도전이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기울어져 가는 배를 바로세우듯 새로운 노멀을 향한 사회 복원력이 필요하다. 사회 복원력에는 많은 요건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만 정리했다.

첫째 요건은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바이러스의 정확한 모니터링 기술 확보 및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 행사장 입구에서 유증상자를 가려내야 하는 체온계가 부정확하다면 자칫 의미 없는 관리가 될 수 있다. 이번 바이러스 유행을 세계 최초로 예견한 캐나다의 블루닷 AI는 전 세계에서 모든 지역의 사회관계망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진단시약 활용이 감염자를 가려낼 뿐만 아니라 지역 환경의 감염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 출입이 많은 공공시설에서 사람 접촉이 잦은 곳이나 공간에서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정기 검사를 한다면 지역 확산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는 디지털 전환에서 혁신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교육계의 혼란은 가장 심하다. 필자도 지난 1학기에 온라인 강의를 했다. 활발한 토론이나 개인 집중도의 확인은 어려웠지만 강의를 위한 플랫폼 기술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는 대면 강의 내용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 놓았다는 자성을 하고 있다. 플랫폼이 디지털 전환을 해결해 주더라도 새로운 노멀은 우리에게 다른 목표와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정보 전달에 더해 새로운 미래에 적응하기 위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주는 콘텐츠 개발이 교육기관과 교육자의 새로운 미션이 됐다.

마지막으로 많은 직장과 직업이 원래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새로운 노멀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약한 고리를 보호해야 하는 한편 약한 고리가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식 재무장이 필요하다. 외신에서 본 기사 가운데 스웨덴에서 실업 상태의 항공사 직원이 의료 보조인력으로 훈련 받고 있는 사진은 인상 깊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 재무장은 실업자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경제활동인구 확대 효과도 있다. 지식 재무장을 위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기반의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이 휴먼 뉴딜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면 한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원인이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있었다면 그 배경에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산업혁명이 있었다. 이제 해결 방법도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난국이 극복될 때까지만이라도 과학기술 기반의 사회 복원력이 확보되기를 바란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shmoon@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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